클래식 음악 - 실내악단에 대하여
[고전음악 길라잡이]
실내악단
실내악이란 일반적으로 10대 미만의 소편성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일컫는다.
그러나 원래는 16세기경에 교회음악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즉 교회가
아닌 귀족들의 저택 등에서 연주되는 '무지카 다 카메라타' 가 그 어원이다.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실내악의 중심은 통주저음을 수반한 트리오 소나타가 주종을 이루
었다. 그러다가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면서 통주저음이 독립하여 4중주곡으로 발
전했고, 하이든은 이 장르를 완성시켰다.
근대 실내악사를 이야기할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어야할 단체는 1893년에 결성된
카페 4중주단이다. 레코드로 남아 있는 가장오래된 4중주단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루시앙 카페를 중심으로 조직되었다. 제1바이올린 주도형의 연주
이고, 템포 설정도 현대와는 많이 다르지만 거기엔 고풍스런 기품이 남아 있다. 조
금 늦은 1912년엔 알퐁스 온느를 중심으로 프로 아르테 4중주단이 결성되었다. 그
들이 남긴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들이나 아르투르 슈나벨의 피아노와 함께한 슈베
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 >를 들어보면 그들의 명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카페가 프랑스의 실내악을 대표했다면 독일엔 부슈4중주단이 있었다. 명연주자
아돌프 부슈가 1918년에 조직한 이 4중주단이 들려준 베토벤, 브람스의 음악은 아
직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는 부다페스트4
중주단(1917년 창단)과 레너 4중주단(1918년 창단)이 생겨났다. 부다페스트 4중
주단은 1927년에 러시아 출신인 요제프 로이즈만이 합류하면서 변화가 일어났고,
이후 1936년 단원들이 전원 교체되면서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탈바꿈했다. 이 4중
주단은 이후 미국으로 옮겨 활동했는데, 그들이 2회에 걸쳐 남긴 베토벤의 <현악4
중주> 전집은 베토벤 연주사의 위대한 벽화였다. 1934년이 되자 빈 콘체르트 하우
스 4중주단이 결성되었다. 빈 필 특유의 윤기있는 음색으로 하이든과 슈베르트의
곡을 노래했다.
그러나 실내악단의 전성기를 들라면 아무래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이다. 1942년에
스메타나 4중주단이, 1945년에 바릴리 4중주단, 1945년에 이탈리아 4중주단, 1946년
에 라살 4중주단, 1947년에 아마데우스 4중주단, 그리고 줄리어드 4중주단과 빈8중주단이
차례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스메타나 4중주단은 그 유명한 지휘자 바츨라프 노이만을 중심으로 한 프라하 음악원 학생
들로 구성되었다. 노이만이 지휘로 나선 후엔 지리 노바크를 중심으로 뭉쳐 이후 약40년간
전세계를 돌며 연주회를 가졌다. 자국 작곡가인 스메타나, 야나체크 등은 물론이고 베토벤의
4중주곡 등에서 탁월한 해석을 들려주었다.
바릴리 4중주단이 연주한 모차르트의 많은 현악4중주들. 그 맑고 부드러운 음악
세계는 다시 태어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빈적인 기질에다 영국적인 아카데
미즘을 가미한 모차르트를 듣고 싶다면 아마데우스4중주단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라살 4중주단은 신 빈악파 음악과 드뷔시, 라벨 등의 해석에서 가히 독보적이라해
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줄리어드 4중주단은 명실상부하게 미
국을 대표하는 4중주단이다. 줄리어드 음악원 교수이던 로버트 만에 의해 결성된
이 4중주단은 정열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하다. 그들이 남긴 바르토크의 <현악4중주>
전집은 레코드사에 남을 역작이었다.
빈 8중주단은 빈 필 안에서 결성된 슈나이더한 4중주단, 빈 콘체르트 하우스4중
주단, 바릴리 4중주단의 단원들이 따로 결성한 실내악단이었다. 빌리 보스코프스
키, 볼프 슈나이더한, 발터 바릴리 등의 뎀버가 모두 모였으니 그 실력은 막강할수
밖에 없었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는 부드럽고 우아한 전형적인 빈 스타일의
해석으로 듣는 이들에게 각별했다.
이탈리아 4중주단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등에서 모두 고른 기량을
선보였다면 보로딘 4중주단은 차이코프스키를 비롯한 리시아 음악과 동구음악 레
코드를 고를 때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이 시기엔 또한 최고의 솔로이스트들이 규합하여 연주한 트리오를 맛볼 수 있었
다. 대표적으로 티보-카잘스-코로토 트리오가 있었다. 그들은 1905년 파리에서
처음 같이 연주한 후, 약30년 동안 함께 연주를 했다. 그들이 남긴 베토벤의 <대공>
녹음은 불멸의 역작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선 아르투르 슈나멜-칼 플레쉬 -
후고 베커 트리오가 활동했고, 또한 에트빈 피셔-게오르그 쿨렌캄프-엔리코 마
이나르디로 엮어진 트리오가 기막힌 조화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 트리오는 1948
년에 쿨렌캄프가 세상을 떠나자 볼프강 슈나이더한으로 교체하여 계속되었다.
이 시기의 유럽에선 러시아에서 넘어온지 얼마안된 밀슈타인-호로비츠-피아
티고르스키가 뭉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세
사람의 척탄병' 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또한 체코에선 체코 바이올린계의 대부 요
제프 수크를 중심으로 첼로의 요제프 후흐로, 피아노의 요제프 판넨카가 '수크 트
리오' 를 이루어 활동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백만불짜리 트리오' 라는 루빈슈타인- 하이페츠- 피아티고르
스키 트리오가 있었다. 너무나 강렬한 개성들 때문에 이 트리오의 연주에선 따스한
앙상블보다는 악기 간의 치열한 투쟁이 드러난다. 피아티고르스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포이어만이 그 자리를 이어받아 계속되었다.
한편 루빈슈타인은 셰링, 푸르니에와도 트리오를 이룬 바 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주목할만한 4중주단으로는 1965년에 시작한 영국의 린제이
4중주단. 1966년에 생겨난 독일의 멜로스 4중주단, 1970년에 탄생한 오스트리아의
알반 베르크 4중주단 등을 꼽을수 있다. 이들은 모두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탁월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특히 알반 베르크4중주단은 이빨이 시릴 정도로
첨예한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현대의 대표적인 4중주단이다. 또한 에머슨4중주단,
하겐 4중주단과 같은 젊은 연주단의 해석 역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듣을 만한 음반>
1. 하이든/ 현악 4중주작품20, 21 - 탈리히 4중추단 -Calliope 9244
2. 모차르트/ 협주교향곡 K.364(6중주 편곡음반) - 아르키부델리 - Sony SK46494
3.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대공' , 티보, 카잘스, 코르토- EMI CDC747333
4.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곡, 이탈리아 4중주단- Philips 426050
5. 슈베르트/ 현악4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 - 알반 베르크 4중주단 -EMI 47332
6. 브람스/ 현악6중주 제1번 - 라파엘 앙상블,Hyperion CDA66276
7.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 제4번 '둠키' - 보로딘3중주단,Chandos 8445
8. 드보르자크/ 현악 4중주 제12번 '아메리카' , 하겐 4중주단-DG 419601
9. 차이코프스키/ 현악 4중주 제1-3번, 플로렌스의 추억 - 보로딘 4중주단- Teldec90442
10. 바르토크/ 현악 4중주 전곡 - 에머슨 4중주단 - DG423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