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나요
kyeong~
2009. 3. 22. 19:55
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나요
바람이 부는 데로 수채화 같은 비가 내리네요
산밑에는 겨우내 눈 대신 비가 오고 있었지만요
지나간 계절에 살다간 들꽃들의 자리에는
마른 꽃대가 비석처럼 앉아 비를 맞고
3월 21일, 지금껏 버들강아지 몇 송이 피어나
하얀 비 스친 꽃 머리를 꿀벌들이 어루만지고 있어요
빗줄기의 얇은 살갗들이
나비의 날개보다 곱게 벗어지는 시간
너를 만나 이곳에 있어도
바람은 빗속에 미끄러지듯 가라 앉고
붉은 우편함 뚜껑은 그대 입술보다 굳게 닫힌체
출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요
둑실마을 자작나무 비에 젖어 일어설 줄 모르는 그대여,
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어
그렇게 꼼짝없이 서 있는 것 맞지요?
梁該憬
2009.3.21. 횡성 둑실마을 자작나무 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