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길 (관악산을 오르며)

kyeong~ 2009. 4. 11. 00:37

(관악산 육봉)

 

 

 

 

아카시아 꽃잎 같은 햇살이

허락 없이 잠을 깨우는 아침

무더기로 앉은 나뭇잎이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관악산에 갔다

 

나뭇잎을 건너가는 풀벌레같이

바위에 붙어 길을 만들며 가는 시간

계곡의 물이 얕게 흐르며 길을 내고 있을 때

내 등은 누가 길을 내며 가고 있을까

 

가까이 있어도 다가설 수 없는 사람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 없다 

다시 말해서 그대가 내게로 오는 길이 없다면

잎맥 같은 등뼈를 내어주리

 

꽃을 꺾던 손은

너의 폐허를 잡고 길을 찾을 것이며

다리는 가시처럼 짧게 하리라. 그리고

낮은 자세로 웃고 있을 때 그대여

풀벌레처럼 건너가시라

 

梁該憬 

2007.5.20

관악산 육봉의 바위와 바위를 기어서 넘으며

세상 모든 곳에는 길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