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비로 오는 것은 얼굴이 없다

kyeong~ 2009. 4. 11. 21:58

비로 오는 것은 얼굴이 없다 


장미를 쏘던 소나기가
젖은 종이를 말리던 글,
굵고 성긴 기둥으로
집을 짓는 목수의 손끝,
베이스기타 소리에 섞인
가래 끓는 목소리를 훔쳐내어
마음에  땡벌같은 비를 내린다

 

발정하는 꽃잎이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창에 엎드려
수없는 눈망울을 매달다가
좀더 거센 비에게 머리채를 잡혀
곤두박질치는 밀어

독이 오른 듯 푸른 잎에
반듯이 누운 벌레 한 마리
스스로 낸 구멍사이로
비처럼 떨어지던 날
그리운 것들에게 우표를 붙이려니
비로 오는 것은 얼굴이 없다.



梁該憬
2005.6.30 외설영화를 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