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봄, 을왕리 바닷가에서

kyeong~ 2009. 4. 28. 23:57

 

 

 

 

봄, 을왕리 바닷가에서

 

 

보이는 곳마다 화관을 쓴 봄이다

와글거리는 꽃들을 벗어나

조용한 곳, 아무것도 웃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내놓고 싶은 시간이 있다.

 

가슴을 돌아서 나가는 피가

꽃보다 아래로 흐르는 날

바다 앞에 섰다

모든 기류는 바다의 높이로 흐르고

석양이 지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시간

거대한 개펄을 눕혀 놓고

림프선들을 복제하듯 조각을 하는 파도

 

흘러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들을 사이 좋게 나열하고

서로 소통하여야 할 것과

비켜서 할 것들을 구분하여

천 년의 면역성을 도금한 조각들이

바람 부는 날 흩어져 있는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널려 있다 

 

조각품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어떤 것은 발이 빠지고

어떤 것은 디딤돌이 되었다

네가 조각한 인생이

나에게 디딤돌이 되었던 것처럼

수천 년 동안 파도의 속마음을 다져 넣은

판화를 밟으며 바다의 끝 

수평의 높이로 흐르는 노을을 만나러 간다. 

 

梁該憬

20009.4.28. 을왕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