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노을은 봉숭아 꽃물처럼 붉지만

kyeong~ 2009. 8. 17. 23:56

 

 

 

노을은 봉숭아 꽃물처럼 붉지만

 

 

노을이 하도 예뻐서

삼일째  머뭇거리는 발걸음

들썩거리는 심장이

노을가로 끌고 갔다

 

인공섬을 짓는  철골 사이로

모티브를 이은 것처럼 내려앉다가

인천대교 교각 위를

봉숭아 꽃물처럼 붉게 물들였다

 

8월의 저녁 7시는 노을에 취해서

바다 밑으로 쓰려져 가고

과하게 취한 심장은 그만

그리움을 불러오는 것을 잊은 체

노을빛을 물들이고 있었다

 

모티브처럼 이어져가는 시간

멈춘 듯 흘러가는 바다 위의 시간

세찬 빗발같이 곤두박질을 치던 시간이

노을 속에 몸을 푸는 동안

사실 아무런 그리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들은

그립다 그립다 말하지 못하겠다

봉숭아 꽃물처럼 붉다 해도 모든 것이

그리운 것이라 말하지 못하겠다.

 

梁該憬

2009.8.14.송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