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가을, 너무 깊어서 그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절간 문살이 부러질것같이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는 날
밤새 잡념과 불법사이를
비몽사몽 오고갔다
날이 밝자
무엇에 홀렸는지
가을비를 선택했다
깊어만 가는 가을
가을비에 숨소리조차 죽인 낙엽
멀리서 찾아온 이방인의 발걸음이
자꾸만 깊은 가을속으로 묻혀버리는 날
내가 찾는 그대는
차라리 잊고 걷는 편이
홀가분했습니다.
梁該憬
2009.11.8.오봉산에서
가을비 치곤 제법 오는 날
이렇게 비를 맞고 서있어본적이 있었던가요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깊어가는 가을을 따라 걸었지요
가다가 뒤돌아보고
옷이 다 젖어도
한동안 서있었지요
뒤돌아보는 세상
내가 걸어온 세상만 보이는 것은 아니지요
저만치 미쳐 발을 디뎌보지 못한 곳의 미련과 아쉬움이
안개처럼 피어 오릅니다.
이굽이 저굽이
가볼곳 많은 세상
가을비때문에 또 길위에 떠돌아야 할것 같습니다.
온몸을 비틀며
사방 팔방 돌아보니
그대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너무 깊어
찾을 길이 없는 그대
세상 어디쯤에 떠돌고 있을까.
세월따라 흐르다보면
어느 모퉁이에서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겠지요
언젠가
서글프도록 붉은 길을 갔었던 일
아름답게 기억하며
가슴 저리도록 울렁거려도 보겠지요
짙어가는 가을빛..
난
자꾸 눈물이 난다.
이 가을이 편안히 쏟아져 버렸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물가에 앉은 가을이 되어 버렸어
언제 물속으로 잠겨 버릴지 모를
가을이여.
누구의 임자도 되지 못한
숱한 마음들
혼자 여물고 익어간 나을 가을아
다듬지 못한 마음엔
이끼만 가득하다
덕지 덕지 앉은 이끼위에
잠시 쉬어가는 가랑잎
가을비에
가볍지는 못하겠지만
해탈문을 벗어난 가랑잎
한때 단청보다 더 붉던 산자락
다시 붉어지는 단청
산이 오고
단청이 오고
마음이 오락가락이다.
가을이 하도 깊어서
그대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시또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가을을 넘고
세상을 넘고
부처의 마음을 넘어.
전설처럼 지나간 모든 업들이
이젠 서럽다 하지 않으리
살아간다는 것은 어차피 업의 고리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