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빈 방 kyeong~ 2005. 7. 31. 01:12 빈 방 초하 20여년 세 놓았던 방 더 살아 달라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멀리 이사를 갔습니다 싸리꽃 나리꽃 칡꽃 인동초꽃... 지천으로 핀 꽃길을 따라 떠나갔으니 참 좋은 곳으로 가나 봅니다 다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 온 지난 세월 이 나이만큼 영글었으니 한번쯤 마주 앉아 심장에 붉은 등 밝히고 싶었습니다 슬프면 눈물부터 흐르는 줄 알았는데 빈 속에 양파를 먹고 밤새도록 아팠던 것처럼 며칠째 속이 그렇게 아려 옵니다 한 달 만이라도 말미를 주시지 서둘러 가시다니요 내 가슴에 빈 방 하나 생긴 것을 잊고 자꾸만 문을 열어 봅니다 이사 간 웃머리에 핀 청도라지 꽃처럼 푸른 심장으로 생사고해 해탈하시고 극락정토에서 왕생하시길 비옵니다. 2005.7.30 뇌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시어머님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