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설거지를 하며

kyeong~ 2005. 9. 29. 08:16

       

       

       

      설거지를 하며 

       

                                    초하


    체온이 빠져나간 집안처럼

    채워졌던 밥을 비운 그릇을 씻는다

    미처 주인을 쫓아가지 못한

    잘생긴 밥알,

    못 생긴 밥알이

    듬성듬성 붙어 있다 


    모잎같은  비에 귀를 대고

    꽃잎 조용히 피는 봄을 보았겠지

    산비알을 배어 나오는 바람에

    온 종일 누웠다 일어났다 하던 날 있었겠지

    고개가 무거워졌을

    비로소 뒷 잔등을 내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메뚜기들에게 말해 주던 날 있었겠지

     

    남겨진 사연

    거친 손끝에 밀려나는 아픔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사람들 숲에 서있는 나는

    너의 수평선상에 오르지 못해

    느릿느릿 왔던 걸음

    돌아서 그 먼 겨울로 향한다

       

      2005.9.28

       

      햅쌀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는데

      긴시간을 느릿느릿 익어온 세월이 안타깝게

      밥그릇에 남겨지고 씻겨지는 것이 아까웠고

      문득 잘난 사람들 대열에서 이유를 알 수 없이

      밀려 났던 내모습이 생각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