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전철을 타고서

kyeong~ 2005. 10. 18. 00:52

전철을 타고서


                             초하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10시

전철을 타려고 선 많은 사람들

가는 방향은 의정부 행

삶의 무게에 비례해

서서 가는 것이 점점 싫어지는 나이

빨리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사람 앞에 섰다

졸린 눈을 감고  멀리 갈 것 같이 앉아 있던 사람이

후다닥 내리고

버스를 타고 신호등마다 붉은 등에 잡힌 일까지

빗나가는 예상, 우연히 수지맞는 일은 없겠다


앞에 앉은 사람과의 동행이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끝이 나고

한 정거장이라도 앉아 갈까 망설이는 사이

방금 탄 사람이 운 좋게 앉아 버렸다

같은 출발점에서 타고 내리는 역이 모두 다른 사람들

다른 출발점에서 타고 같은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

운이 같아 보이는 사람도 없고

갈 길 가는 걸음 폼 새도 각양 각이

 

세상 살아가는 일에 우연한 횡재는 없더라도

어느 날 하루쯤

전철을 몇 번 갈아타더라도

비어 있는 자리가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2005.10.17

이시간쯤이면 출근하는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전철이 헐렁하겠다 싶어 길을 나섰는데

전철까지 가는 동안 붉은등에 모두 걸리고

많은 사람들 숲에 빨리 내릴것 같은 사람도 나의 목적지 거의 비슷한곳에 내리고

한정거장 남기고 난 자리 그마져 약삭빠른 사람에게 뺏기고 나니

하루가 왠지 잘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스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