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eong~ 2006. 7. 2. 10:34

늘산마을


초하


둥근 돌 하나 없고

지는 해를 걸치게 하는 전신줄이 없는 땅

어느 가문 씨받이를 하였는지도 모르는 잡초들이

머리 헝클어 흔들리는 곳에

반듯한 길

잡초들이 허물지 못할 길이 났다


길을 따라 나선 황색 경계는

만나지 못할 이웃을 만들고

한쪽 옆구리가 아픈 언덕을 빌어

집을 짓고 길을 내는 개미들

서서 살아가거나 엎드려 살아가거나

길을 내는 일에 중독이다


뜻한바 없이 키가 다른 것도

헝클어져 흔들리는 것도

나누기 싫은 경계를 받아 들여야 할 운명도

속살 드러난 곳에 구더기 이는 것도

차라리 보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안개여 오라

엎드려도 빠져 나가지 못할 높이로 오라

그리고 천천히 오라

아주 천천히 오라

안개로 오더라도 물살은 있기 마련

세상을 급하게 품지 마라

 

2006.7.1 경북 봉화의  늘산마을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