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아직도 모르지만

민둥산에서

kyeong~ 2006. 11. 4. 00:25



 

민둥산에서


                 초하                                      

                     
누가 그리 넘나들었을까
나무가 살지 못했네
구름이 잠자던  산 머리에
늙은 억새들만 나풀거리고
어머니 스웨터에 놓인 수같이
찔래꽃 하얗던 시간과
아버지 손금을 타고 오던
산초 잎 푸른 날들은
대궁을 빠져 나간 억새 깃털

 

누가 내 마음을 그리 오르내렸을까
뿔을 세우지 못 하는 민둥한 마음은
맵시 있게 고개 들어
그리움을 맞이하지 못 했네
어려운 발거음한 그리움에게
딱 한 번이라도
쉬었다 가라 말하지 못했네

 

억새비가 쓸고 가는 동안
봄에 먹은 것들을 배설하는 민둥산
찔래 똥
산초 똥
너를 그리는 눈물 똥.


2006.11.2  정선 민둥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