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eong~ 2010. 7. 28. 10:52

 

 

 



열두 개울

 

개울을 건너 초성리에 가는 동안

잎사귀 깔깔대는 소리 다 듣고

잔등을 타고 내리는 소나기소리 다 듣고

모난 돌 꼬여내는 물소리 다 듣고

주근깨 다닥다닥한 나리꽃 사춘기 시절 다 보고

외진 길 무명사 無名蛇 뒹굴다 꽃 숲에 잠들고

땡볕은 잠자리 꼬리 물고 개울에 자맥질한다

 

개울을 건너 덕둔리에 오는 동안

두부장사네 천이는 시갯또를 잘 만들었고

명숙이는 빨간 다우다 간다꾸를 입고 다녔고

영석이는 산너머 도평리로 이사하였고

묵 집 순옥이 등에는 동생이 매미처럼 업혀 있고

중사 아들 장면이는 경아를 때리고 다녔고

경아는 장면이를 피해 개울을 건너다녔다

 

자고 날때마다 넓어지는 개울

온종일 몇 번이라도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가 놓였지만

꿈에서 본듯한 개울 같고

낯선 여름나기 같고

세월의 강줄기 그 여백에

허공을 건너는 소나기를 만난다

귀한 추억.

梁該憬 

2010. 7.25 초성리에서 덕둔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