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eong~ 2010. 9. 11. 18:33

 

 

 

 

 


 

 

 



 

 

 

대숲에서

 

나는 발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쉰 해를 걸어서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걷고 있으면 고요하고

올려다보면 한없이 시원한 대숲

어떤 이는 속이 비었다고 말하지만

과거의 삶 전부가 여백이었고

앞으로도 한량없는 여백뿐

민가지, 빈자리를 위한 이유다

천지가 늦더위를 먹고 지쳤지만

발밑에서 하늘 끝까지 푸른 대숲

눈속, 입속, 귓속까지 비었던 날

댓잎 비비는 소리가 날 때마다

너에게 빈자리 내어놓겠네.

 

梁該憬

2010.9.5. 담양 죽녹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