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가는 길-이길은 어딜가나 법당이네
봉정암 가는 길
붉음이 지고 나니
몸은 더 맑아라
빈 가지 사이로 흐르는
청잣빛 저 물빛처럼 맑아라
붉음에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이 길을 오르라
겨울은 발끝에서 오는 것
갈잎 밟는 소리는 겨울이 오는 소리
세상은 눈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발끝으로 얻어나가는 것
인생은 심장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갈잎 지는 소리로 얻는 것
붉음이 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청잣빛 물이 흐르는 길
이 길에 들어서면 모두가 법당이다
만나는 바람마다 적멸의 바람.
梁該憬
2010.11.14.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왕복 21.2킬로
겨울이 오고 있는 길을 따라 갔다.
찾아오기 참 힘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천지도 모르고 이길을 따라 갔었는데
오늘은 내가 길을 내며 가야 합니다
수심교를 건너 마음의 빚을 내려 놓으려고 합니다.
만해상 앞에서 잠시...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있네요
가을 임산부...
비는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은 우리들
언제부턴가 소원을 빌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름같은 것도 새기지 않고
마음 내키는 데로 불전함에 ....
그래도...저 소원하는 것들 이루어서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합니다.
참 많은 소원들
모든 것이 풍경이 됩니다
욕심도 어쩌면 그대 앞에서는 풍경이 되려나..
어디를 보나
가리는 것 없이 맑은 물이 보입니다
잠시 붉었던 과거를 씻어내리듯
맑은 물에 육신을 내려놓아 봅니다.
생긴데로
살아온 빛깔데로 비칩니다
나는 그대의 눈빛에 어떻게 비치던가요.
뒷산을 넘어가는 저 연기
영시암입니다
한시간쯤 걸었죠
높은 산을 넘어 아침이 오고 저연기가 온기를 줍니다.
서둘러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거나
아무나 들려서 양만큼 요기를 할 수있도록 흰죽을 끓이더군요
들어서는 문이 없어
아무나 들고 날고....
나도 따뜻한 죽 한사발에 이미 봉정암까지 다온듯
온 몸에 온기가 돌았습니다.
붉음이 지고 나니
물빛이 저리 푸르더군요
붉음이 지고 나니 오는 사람이 없어
참 고요하더군요
차일 피일하다가 붉음이 다 지고 난
지금에야 왔지만
차라리 참 잘됐다..싶었지요
흐르는 물도 쉬어서 넘고
또 쉬어서 넘고
바람에 물에 걸리고
물이 바람에 걸리어
쉬엄 쉬엄 쉬었다 갑니다.
조금 쉬었으니
다시 가야지요
저기 저 산아래
적멸의 바람을 만나러 가야지요
저기서 왔거나
여기서 왔거나
만나서 같이 가는 길
그길은 같은 길 아니던가요
님을 만나러 가는 길.
크거나 작거나
어디서 왔거나
이길은 모두가 법당
마음을 씻으며 가요
두번째 오니 그리 힘들지 않네요
다음에 오면 좀더 날듯이 오겠어요
이제 이곳에 왔으니
빌 것은 없지만
108배를 놓고 갑니다.
뛰어서 올라갔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것이
꼭 님의 마음인것 같았습니다
바람도 좋구요
산자락도 좋구요
내가 나를 보니 그것은 더 좋으네요
눈을 감고 앉았으니
내속에 든 영혼은 님이였습니다.
겁도 나고 멀다보니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죠
몇개 안되는사진...
그래도 이길을 다녀왔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지요.
다음에 누구라도 이길을 같이 가게 되는이
여기서 따듯한 차한잔..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