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1.일. 점봉산(곰배령)
무색의 시간
염천, 눈썹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생각하는 것조차 땀이 흘러서
눈을 감는다
무색의 시간이다
온 세상이 포근하다
오고 가는 것에 대해 미련이 없는 시간이다
귀둔리에 무색의 시간이 든다
서로 뒤엉켜 살아가는 꽃잎들도
골짜기를 지나는 물소리를 듣고도
슬며시 눈을 감는다
어쩌면 저 물소리는
무색의 영혼들이
세상을 스쳐 가는 소리일는지도
가끔은 무색의 밤을 걸어보라
내 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짐작할 수 없는 시간
웅크린 정령들은 숨을 멈추고
이따금 바람이 조각을 맞추다 마는 시간
무색으로 스치는 것이 많을수록
그날 아침은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梁該憬
2016.8.21.일
귀둔에서 곰배령 가는길
점봉산이라는 이름보다는 곰배령으로 더 빛나는 곳
천상의 화원이며 유네스코생태보전권역이라 인원제한이 있는 곳
누군가 손질하지 않아도 야생화가 지맘대로 피고지는 곳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곳
쉬엄쉬엄 올라도 될것 같아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겁없이 간다고 했다
점봉산 가기 한주전 지나는 길에 올려다본 점봉산...갑자기 아득해진다
사람은 왜 단순하게 한쪽면만 보고 사는지...
점봉산은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곳
오색쪽에서 올려다보니...순한곳이라고는 없는 험한 얼굴이다.
한주내내 머리로는 망설이고 마음으로는 천상에 올라가있다.
날짜가 어김없이 도착하고
그 도착한 날을 반송하지 못하고 점봉산으로 이미떠나고 있다.
힘들어도 가다보면 끝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친구들틈에 끼여 길을 나선다.
2016.8.21.일요일
새벽2시30분 인제 귀둔리출발-오후 1시30분오색주차장도착(식사시간포함11시간)
귀둔리-곰배령-작은점봉-점봉산-망대암산-십이담계곡-주전골-오색약수터
점봉산點鳳山
점봉산의 높이는 1,424m로, 일명 점붕산이라고도 한다.
태백산맥의 주맥인 설악산맥에 해당되며,
지리적으로 북위 38°02′35″, 동경 128°25′40″에 위치하고 있다.
망대암산(望對巖山, 1,236m)과 함께 오색약수(五色藥水) 남서쪽의 고봉이다.
점봉산의 북쪽은 설악산(1,708m)과 한계령으로 이어져 있고,
남쪽은 가칠봉(1,240m)의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태백산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쪽으로는 한계령에서 이어지는 가리봉(1,518m)과 한석산이 있고,
동쪽으로는 전동계곡과 단목령을 사이에 두고 북암령을 마주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구성된 북측과 서측의 산사면은 경사도 급하고 험준한데 비해 편마암지대인 남측 사면이 다소 완만한 지형적 특징을 나타낸다.
산의 동쪽 사면을 흘러내린 물은 주전골(鑄錢谷)을 이루며 오색약수를 지나 백암리를 거쳐 동쪽으로 흘러 양양의 남대천(南大川)으로 흘러든다.
산의 서쪽을 흘러내린 물은 현리(縣里)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소양강의 지류인 내린천(內麟川)으로 흘러든다.
인제군 기상관측 자료에 의하면 연평균 기온은 10.7℃이고 연평균 강수량은 1,169.7㎜이다.
오랫만에 야간 산행이다
낯선곳지만 어둠이 낯설지는 않아서 일행들이 가는데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지역에 대해 낯가림이 심한사람은 밤에 스며드는 것도 좋은생각이겠다
무심코 걷고 새벽을 만나 동이 틀때쯤...곰배령을 만나 기막힌 천상의 화원을 바라보리라는 상상을 하면서
2시간여 곰배령을 향해 오른다
귀둔리의 밤공기는 서늘하다 산에 오르는동안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
이쪽은 비가 많이 왔었는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천고지가 넘은 곳의 화원
그래서 천상의 화원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출을 볼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비가 내린다.
우중의 화원에서 아침을 기다리는 것이다.
8월 하순의 곰배령은 산박하꽃이 있는듯없는듯 보라색 미소를 띄우고 있는 곳이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꽃....어둠때문에 곰배령의 꽃을 찍었지만 모두 흐려서 버렸다.
다음에 또가서 찍으면 되지뭐....
어느정도 밝아지길 기다리다...어차피 일출도 못보는데...
그냥 갈길을 가야겠다
천상화원이 아니라 천상의 비를 맞으며 하루를 즐겨볼량이다.
우리가 올라왔던 귀둔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남기고
데크옆으로 산박하꽃이 수줍게 웃는다.
여기에는 벌써 가을이 오는건지...
밝게 웃는 꽃은 없다
작은점봉산으로 오르며 뒤돌아 본 곰배령
곰이 누워서 하늘을 보는 형상의 고개...그래서 곰배령이라고 했단다.
작은 점봉을 지나...좀 넓은터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의 팔월은 덥다고 폭염주의보가 내렸는데
이곳은 춥다. 긴팔을 입고 밥을 먹어야한다.
덥다고 집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산에 오면 더 시원하다
밥먹던 자리에서 바라본 풍경
산아래 봉우리들...
가리봉 방향에는 운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비가 그치려나
점봉산을 바라보며
잡풀이 우거진 길을 걷는다
아는꽃 모르는꽃....
꽃과 아는척하는 사이 시간과 길은 쉼없이 지나간다
아는것이 많아야한다
산에 와서도 아는꽃이름이 더 반갑고...인사를 많이하게 된다
몰라서 그냥가고...그냥 걷기만 하다보면 산행이 지루해질수도 있기때문이다.
점봉산으로 가며 그져 보이는 것마다 풍경 찍기에 여념이없다
몰래 먹는사과가 맛있듯이 비탐의 길을 걸으니 언제또 오려나..싶어서
구석구석 사진을 남기기에 손가락이 바쁘다
자박자박 오는 비탓에 카메라 렌즈가 젖어서 사진이 엉망이다.
그래도...이길을 갈수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참취꽃이 만발했다
친구가 예전에 이산에 나물 뜯으러 자주왔다고 하던데
지금은 금지구역이라 뜯을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참취꽃이 지천인걸 보니...그럴만했겠다.
벌써 가을이 오는건지 구절초도 피었고
가을맞이를 제대로 하나보다
계절에 대해 꽃으로 인사하는 산의 아름다운 근성....
꽃같은 미소로 살아야하는데 나이가 감성을 자꾸 훔쳐간다.
파도가 부서지는듯한 운무
귀둔리에서 곰배령
곰배령에서 점봉산으로 가는 구간은 어렵지 않고 순하다
그래서 주변경관을 볼시간이 많다
가리봉쪽으로 운무가 펼쳐져...연신 바라다 보며 걷는다
어수리꽃과 운해
구절초 피는 길에서 멀리 설악을 바라보며...즐거움에 훔뻑빠진 친구들
산을 함께하는 친구는 산행때문에 긴시간을 같이 걸었으며...마음속깊이 넣어두게 된다
어느길을 가더라고 누구와 이산을 넘었지 저고개에서 쉬었지...모두가 생각나는 것이다.
구절초풍경
점봉산 가까이 오르자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오이풀이 많다.
첨에는 꽃이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점차..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자꾸만 기억하려 노력을 한다.
지리산 촛대봉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산오이풀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비를 맞아서 머리가 헝클어졌다
그래도 참으로 이뻐요
점봉산과 산오이풀
운해 사이로 귀둔리 마을이 보이고...
누가 내가 가는 길에 꽃길을 만들어 놓겠는가
누가...내가 가는 길에 청량한 바람을 넣어주겠는가
밤을 마다하지 않고
여름을 마다하지 않고
쉼없이 걷다보면 횡재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
옛스런 표지판
비탐지역이라도 표지판은 있나보다
귀둔리 이름만 봐도 좋고 곰배령 이름만 봐도 많이 가봤던 기분이 든다.
건너편 가장 높은 봉우리가 대청봉이다
설악의 주능선을 바라보기 좋은 점봉산이다.
어수리와 설악산
올라올때 그리 힘들지 않아서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점봉산도 1000고지가 당당하게 넘어가는 높은 산이다.
정상석까지 건재하는 비탐지역의 표지석
9시..하산의 시간이다
잠식 오색으로 내려갈까 주전골로 내려갈까...망설이다
대장은 주전골로 발길을 옮긴다
이길이 길다는데..
앞에 봉우리가 망대암산
뒤에 보이는것이 귀떼기청봉
설악의 숨은 비경길에 드는 것이다.
비가 멈춘다.
더욱 짙푸른 점봉산..잡목들사이를 비집고 망대암산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함께하는 우리 벗들...
참 아름답지요
그대들이 있어서 이먼곳 높은곳을 오를생각을 하는거지요
아유....이게 뭐람...
표지석이 좀 그렇네요
봉우리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산행내내 저 운해와 야생화에 정신을 다 내어주고 걷고 있다
산골 굽이굽이 스며드는 구름..
그 구름이 산야를 떠받히고 있는건지도 모를일
저 구름이 비를 만들고 나무를 키우고...나무가 산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맘에 드는데
뭔들 못할까
가까이 댕겨서 어루만지듯 바라본다.
그렇게 운해와 야생화사이를 오가는사이
어느새 십이담계곡으로 접어든다.
높이를 자랑하듯 하늘을 찌리는 기암괴석들
첨에는 이길이 행운의 길처럼 느껴진다.
일만이천봉을 만나는 것 같은 바위능선
지난주 흘림골 산행을 하뎌 출입금지라서 못했는데
이래서..진입을 못하게 했구나...
길이 있는듯 없는듯 ...
아~ 지금부터 험난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데크가 파손되지 않고 길었으면 좋겠는데 기쁨도 잠시
십이담과 흘림골.. 그리고 주전골을 가르키는 표지판
몇키로 남았다는 앎만으로 위안이 된다.
파손된 데크...
사진보다 실제가 더 위험하다
저기를 지나느라 고생이 많았다.
흙이 단단하지 않아 밟을수 없는 곳이다
산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야한데...난코스다.
폭포에 물이 거의 없다.
너무 말랐다.
언젠가는 물이 위협해서 골짜기를 삼키더니
올해는 더위가 사람을 삼키겠다
이 깊은 계곡도 목이 마르다.
힘든길이지만 멀리멀리...멋지고 늠릉하게 서있는 기암괴석들을 바라보녀
다리를 놓으려고 철제기둥을 세워둔 모양이다.
군인들 유격훈련같이...
여자들도 닥치면 다 할수 있다.
비록 힘들지만 조심조심 가다보면 쉼이 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렇게 흘림골을 빠져나와...주전골을 걷다보니
오색석사라는 절집이 있다.
절집지붕과 바위와의 조화
편안한길....
이 편한길을 멀마나 기다렸던가.
다시는 안갈것같이 힘들었지만
인간은 아름다운 풍경만 길이길이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또 따라나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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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식보다 길외우기가 더 힘들것 같다
숲속에 갇혀 있는 길
바위가 성질을 내고 돋아나있는 길
물이 뚫고 지나간길...
이런 깊숙한 곳에
핏줄처럼 흩어진 길을 어쩌면 그리도 옷감짜듯이 잘 맞추어 가는지
뒤에 쳐저서 따라가지만....
이 험한 길을 다 외우고 가는 대장은...참 대단한 사람
그 대단한 사람을 알고사는 나는 행운이다.
비경속에 하루종일 얼빠지게 보낸날...이사람 저사람 자랑하기 바쁘다
나도 이런데를 다녀왔노라 즐거웠노라...전하는 기쁨이 있다.
점봉산의 야생화
투구꽃
과남풀
어수리
구절초
과남풀2
고려엉겅퀴
산오이풀
수리취
참취
금강초롱
과남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