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tory-山

2016.11.10. 토. 영동 민주지산

kyeong~ 2016. 12. 10. 01:58







산은 공전한다



산이 나를 품은 지 오래다

엄마 품 절반, 산의 품 절반

운이 좋은 편이다


엄마의 우주에서 벗어나

산의 등을 타고 가고 있다

바늘 바람이 가는 곳을 아는가

방황하는 눈발이 가는 곳을 아는가

미지의 우주를 향하여 가고 있다


잠시 멈춘 산봉우리

태풍의 눈처럼 멈춰진 곳

둥글게 밀려오는 산, 산, 산

저 무수한 산은 태양계

나는 빛나는 별

우주를 향하여 미친 듯이 갈 때

세상은 빛나는 별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이다.


梁該憬

2016.12.10. 민주지산 정상에서




민주지산岷周之山 (1,241.7m)

위치

:충북 영동군 용화면·상촌면 경계 ,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부항면


전라북도 최동북단에 위치하여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명산이다.

민주지산(1,241.7m)은 추풍령 남서쪽 약 25km 지점에 있으며

산행의 기점은 정상의 동북쪽 방향인 한천마을과 남쪽 아래의 대불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삼도봉, 석기봉이 명소이며, 석기봉 동쪽에는 원시숲과 화전민터가 있어 옛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물한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1972년에 지은 황룡사가 있다.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봄이면 온통 산죽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꽃산행을 즐기게 된다.

다른 산의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반해 이 곳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한계곡을 끼고있어 심산유곡으로 아직도 때묻지 않은 계곡이 돋보이며, 각종 잡목과 진달래 철쭉 등이 꽉 들어차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옥소(玉沼) 응주암 의용곡폭포 등이 절경을 이루며, 삼도봉에는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인이 모여 세운 3도봉 대화합탑이 있다.




2016.12.10. 토요일

날씨 : 맑음

am 10:30~pm 5시(점심시간포함 널널하게 6시간 30분)



물한계곡매표소 주차장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3길 19-46


인천에서 오전 6시 40분 출발하여 오전 10시에 주차장에 도착

산행준비와 준비운동을 마치고 10시 30분쯤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추울거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바람은 없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말고 맑은 날이다

눈이 왔으면 하는 기대감에 출발했으나 눈은 올기미라고는 전혀 없고

하늘에서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푸르다



산이 깊고 깊으니 그 맑은 물줄기가 시리고 시릴것이다

길고 긴 산줄기를 따라 한없이 길게 흐르는 물한계곡

그 이름만 봐도 청량함이 감도는 지명이다.



물한리 마을의 식수원이기때문인지 계곡으로 진입을 금지하기 위하여 그물철망으로 휀스를 쳐두었다

여름에는 맑은 물이 아쉬운 산길이기도 하겠다.


임도처럼 넓고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물한계곡, 황룡사로 들어가는 출렁다리

황룡사 마당을 거쳐 민주지산으로 가도 되겠지만

우리는 임도를 따라 오른다.



주차장에서 30여분 오르면 전나무숲에서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삼도봉과 석기봉을 거쳐서 민주지산에 이르는 길이 7km

오른쪽으로 가면 민주지산까지 3km

민주지산을 먼저 오르기로 결정하고 오른쪽길을 오른다.


임도를 따라 이야기하며 오르기 좋은 완만한 길

가볍게 누워있는 가랑잎을 밟으며 겨울을 만나러 가는 길이 날카롭지 않아 좋다.


여기서 민주지산으로 바로 오르는 쪽새길(오른쪽)과

민주지산과 석기봉의 삼거리리로 오르는 무지막골을 만나는데

아무생각없이 걷다보면 편한길 왼쪽길로 오르기 마련이다

민주지산만 간다면 어느길로 올라도 좋으나

민주지산과 석기봉과 삼도봉을 모두 걷기를 원한다면 오른쪽 쪽새길을 택해야 한다.


나는 늘 구제불능 후미조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왼쪽길을 따라 뒤쳐져서 올랐다.





햐~

청댓잎 낮게 스치고

가볍게 내려앉은 가랑잎을 밟으며

성질 급하지 않은 길을 따라 도란도란 걷는 일....

이 깊은 산중에 사람도 없고

새소리조차 동면에 들었는지 정신이 맑아지는 산속이다.



깊은 산중 한모퉁이 돌아서자 그제서야 햇빛이 산을 넘어 들어온다

두껍게 무장했던 옷 한꺼풀을 벗고 산속으로 산속으로 들어간다.



석기봉과 민주지산 바로 아래까지는  완만하다가

그래도 1200이 넘는 고지의 산인데 급한 성깔을 드러낸다.

언제 손을 봤는지 계단이 지멋대로 누워있고 보폭을 맞추기 힘든 계단을 끙끙대며 오른다

성큼성큼 앞질러 오르는 일행을 부러운 눈으로 한번씩 올려다보며....


여기서부터 산골임을 실감한다

저 아래 없던 눈이 녹지 않고 설경을 기대하는 산악인에게 조금이라도 인심을 쓰는 그림이다.



석기봉과 민주지산 삼거리 안부

여기서 배낭을 풀고 일찍나서느라 출출하던 참에 먹거리를 꺼내어 진수성찬을 차린다

겨울이라 밥먹기 꺼려져서 초코파이 몇개 넣어가지고 왔는데

따듯한 어묵국과 라면을 준비한 일행이 고맙고 고마운 시간이다.



석기봉으로 향하는 일행과 헤어져 민주지산으로 오른다

아까 팻말을 제대로 보고 민주지산으로 바로 올랐다면 석기봉까지 탐냈을지는 모르나

저질체력에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며 민주지산으로 오른다.

청댓잎과 살포시 내린 눈길

차가우나 바람이 없어 얌전한 날씨다.

 올들어 가장 푸르게 빛나는 하늘

덧없이 좋은 날이다

민주지산까지 가는동안 풍광을 볼수는 없으나

하늘에 만족하고 푸른 댓잎에 마음을 낮추고....그러다보니 민주지산 가는 길이 정말로 좋다.



한동안 홀로 걸었다

홀로 걷는 시간이 왜 그리 좋은지...

몸을 낮추어 댓잎에 내려앉은 눈도 보고.....

목을 마음껏 뒤로 져쳐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도 보고

눈을 감고 머리속의 잡념이 빠져나가는 소리도 들어보고

가끔은 일행이 있어도 혼자 걷는 시간을 얻는 것이 보석처럼 귀하다.



뒤돌아 얼키고 설킨 나뭇가지사이로 멀어져가는 석기봉도 바라보고...


멀어져가도 바라볼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그림자도 없이 멀어져간 추억들...

그 추억을 찾기위해 얼마나 많은 기억을 찾아 헤매어야 할까

얼키고 설킨 기억의 보따리속에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간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민주지산 바로 아래 쪽새골로 내려가는 이정표

이길로 올라오면 민주지산을 가장 빨리 만나는 길이다.


이모퉁이 저모퉁이 돌아

이골 저골...숨겨진 이야기도 많고 갈길도 많다.






한동안 혼자 걸었던 이시간

민주지산의 정령들과 이야기를 나눈시간

나는 산의 신이 깃듯 미친 사람일지도 모른다.

산속의 모든피와 산속의 모든 기운이 온몸을 휘젓고 다닌다.

그래야만 살맛이 나서 펄펄 돌아다닌다.



햇빛이 잘드는 민주지산 정상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잠시 서있어본다.

저곳을 오르면 또 내려가야 할텐데...

하늘과 맞닿은 저 곳 그래도 저곳을 만나기 위해

한발 한발 오르지 않았던가.


민주지산(1241m)

산림청과 일부 시민단체, 지명전문가 등은

 "동국여지승람과 무주부읍지는 물론 대동여지도에도 민주지산의 위치에 백운산과 삼도봉이라고 적혀 있다"며 "

이 산의 이름이 일본에 의해 근대 측량이 시작된 이후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반계 유형원이 쓴 지리서 '동국여지지'도 이 곳이 백운산으로 표기돼 일제강점기 산 이름이 왜곡됐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일제가 어떤 근거로 명명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지산이 단순한 한자 표기의 오류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예로부터 주민들은 삼도봉에서 각호봉까지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해서

 '민두름산'이라고 부르던 것을 일제 강점기에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지산으로 명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가 지명위원회애 자료에서 펌)



석기봉 저쪽으로 간 일행이 잠시라도 그립다

그들은 저길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을까

푸른물이 뚝뚝 떨어지는 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고 있을까

따사롭게 차가운(?)  이기운은 옷속 깊이 느끼고나 갈까...




바라다 보아도 석기봉쪽으로 간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길에서 그들 나름대로 행복 하겠지만 만나고 헤어짐이란 늘 이렇듯 뒤돌아보는 것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고

산은 말이 없다

말이 없는 것은 촉수가 많다

느끼고 다듬고 견디는 저 산의 촉수들

누구는 나무라 말하지만

산은 저 촉수같은 나무를 통하여 계절을 느끼는 것이다.



물한리쪽 마을 풍경



내몸에 붙어서 민주지산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하하ㅏ하ㅏ...나의 배프들...

이쁘죠잉?



티없이 고요한 산정상에 서있으니

빙돌아 둥글게 산이 밀려온다

태풍의 눈이 된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산이 돌아가고 있다

태양계의 별이 돌아가는 것처럼 산봉우리들이 별처럼 돌아가고 있다

나는 빛나는 샛별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저 산이라는 태양계....

혼돈의 시간이 물러가고 나를 지배하는 기운을 얻는 시간이다.





석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저 멀리 무주 덕유산이 보인다.


참 깊고 깊은 오지다

넓은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오직 산들의 왕국을 건설한 곳이다.



이제 나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배프와 내삶의 짐같은 배낭과...다시 일어서

다음 세상을 향하여 더듬어 갈 시간이다

무한한 시간을 가지고 먼지보다 촘촘한 어둠이 내려앉을때까지 있고 싶지만

가야겠지.....?



각호봉과 민주지산 중간쯤 119표지판이 있고

거기서 물한리쪽으로 하산



오를때와 달리

이길은 급경사를 이룬다

눈이 얼어있고...정신집중을 하여 내려가야한다.


촘촘히 들어서있는 솔밭

그 솔밭에 어둠이 들고 있다



무당깃발같은 리본들

좋다...

난 어차피 미쳐서 산다

왠만한 일은 뒤로 미루고 주말마다 길에 들고 산에 들고...

미쳤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집착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다.


산의 정령들이 손짓하는 이곳에서

저 깃발들 아래를 지나....기쁘게 걸어가는 것이다.



전나무 숲

소낙비가 오는 것같이 미끈한 줄기들

그 바늘잎이 포근히 떨어진 길을 따라

저녁이 물들고 있다

산골의 해는 언제나 이렇게 짧다

그러고 보니 해가 짧아질때로 짧아지는 동지가 한 열흘 남았구나..





물한리 황룡사 절집

아담하다....

기도하지않아도 적막한 산골은 그저 마음수양이 되겠다.

절집앞은 언제나 발걸음이 얌전하다



물한리 민가

이집은 좋겠다

겨울내내 따스하게 살겠다

연기냄새가 마을을 감싸도는 저녘....


여기서 가까운 무주스키장에서 가져온 것인지

스키 플레이트로 담장을 만들었다....

여기서만 만나는듯한 이색적인 담장이라 한컷~



갈때보았던 물한계곡

원점회귀라 올때 또 만났다


해질무렵의 물한계곡....



이 마을 사람들이 참 점잖은것 같다

길가에 세워둔 항아리...

혹여 술한잔하고 발길질이라도 하면 어쩌라구...저렇게 항아리를...


나그네을 발걸음을 잡는 싯구절과 함께...







하하하...리본 반갑지요?

느린걸음 함께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

.


"산이 높고 길은 멀고…….

이젠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정말 잘 가는 길이었다가도

잘 가는 사람들 숲에 섞이면 자신이 없다.

그래도 가고 싶다

혼자서 나서면 편하기도 하지만

여럿이 가면 재미있어서 좋다

겨울에는 편해서 외로운 것보다는

재미있어서 따듯한 것이 좋다

그래서 누군가를 따라나서길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산의 신세를 지고 산 지도 오래되었다

산을 알수록 이제는 멀어져가는 것 같다

훌쩍 산이 클대로  커버려 내가 힘을 낼 수가 없다

거대한 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끔은 태풍의 눈처럼 혼자 조용하기도 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가랑잎처럼 얇아져서 결국은 낮게 낮게 누워 누군가의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낙타의 등처럼 등을 내어준 저 길…….

그 산길을 따라 가볍게 가는 가랑잎의 삶…. 그것이 나일런지도....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