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3..토. 문경 희양산
오월에 잠시
오월의 산속에는
보이는 것마다 꽃
바람을 찌르던 솔잎에도
내미는 손끝마다 송화가 가득
산언저리를 떠받치던 돌 밑에도
꽃 같은 혀가 봄을 노래한다
꽃이 핀 자리에
우르르 몰려나온 잎
꽃처럼 고운 연둣빛이여
나무의 실핏줄이 터질 때마다
죽어라 쏟아지는 저 연둣빛
연둣빛이 속절없이 열리는 산 중턱에서
철쭉꽃같은 얼굴로 하늘을 보니
허공을 향하는 길
연둣빛에 절인 내몸에서 푸성귀 냄새가 난다
2017.5.13. 희양산에서
산행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가도 가도 길인 천국
좁은 땅덩어리임에도 수없이 길을 내고 있다
숨가쁘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장쾌한 조망과 함께 세상이 내것처럼 펼쳐지고
하늘이 보인다 싶어도 몇번의 봉우리를 올라서야 비로소 그날의 목적지를 선보인다.
자연은 나를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끊임없이 손짓을 하는 것이다
산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얼마나 걸었고 앞으로 얼마나 가야할지를 세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쉬어가기 위한 멈춤은 있으나 길은 끝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지 않고 길을 걷지 않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삶이 었을까
왜 이렇게 험하고 긴 여정과 인내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 오장육부를 다 토해내는 열기와 인간의 원초적 본능같은 기운을 찾으며
먼길을 돌아서 가는 이유는 뭘까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걸까
갈 곳을 모르는 걸까
아는만치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보이는 것이 그저 길이고 산이니까
아쉬운데로 편승해서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길들여진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배낭을 메고 희양산으로 향한다.
희양산 999m
희양산은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며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뻣은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해발 999m의 신령스러운 산으로 정상부분이 암봉이다.
산이 하늘로 치솟은 바위처럼 생겨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는 독특한 산이다.
희양산은 산세가 험해 한말에는 의병의 본거지이도 했다한다.
산 정상 전체가 암릉이여서 아주험한 난코스이고 일반등산객이 가기에는 험준한 코스다.
전문 암벽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 암벽 구간이기도 하다.
옛 성인들은 희양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는 형상이라고 했으며,
지증대사가 희양산 중앙 계곡에서 산과 계곡 지세를 살펴보니,
"산은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으나 그형상이 봉황이 날개짓을 하며 구름을 치고 올라가는 형상이며
계곡물은 백겹이 띠처럼 휘감고 돌아 용의 허리가 바위에 엎드린듯 하다"고 감탄한 산이라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산 등줄기중 태백산에서 일으켰던 백두대간 줄기가 희양산에서 다시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희양산구간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이구간 산가운데 가장 빼어난 산이 희양산이다.
희양산 남쪽 문경쪽으로는 조개종 최고의 수도도량 봉암사가 있어 출입을 금하고 있다.
봉암사는 부처님탄신(음,4월8일) 전후, 약 한달가량만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조계종 특별수도 도량이다.
산행일시;2017.5.13.토 날씨 맑고 바람있음
인천 원인재역 6시20분 출발-은티마을 9시 도착(화장실 있음)
산행시간:오전 9시 30분-쉬엄쉬엄-오후 4시도착
산행코스:은티마을-구왕봉과 희양산 갈림길(백두대간표지석)-지름티재-미로바위-로프구간-
성터갈림길-희양산--성터-시루봉 갈림길-희양폭포-은티마을
(빡센코스- 백두대간표지석 갈림길에서 구왕봉을 거쳐 희양산과 시루봉까지 산행후 은티마을로 원점회귀가능)
산행시작 은티마을;
은티마을주차장 주차장
은티마을의 유래
은티 마을은 여느 산골 마을처럼 계곡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래서 그 형세가 마치 여성의 성기와 같은 여근곡(女根谷)이다.
이를 여궁혈(女宮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기를 죽이기 위해서 마을 초입의 가겟집 앞 노목 아래에 남근석을 세워 놓았다.
여근과 남근을 합체시킴으로써 음양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아들을 많이 낳을 수 있다고 한 것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남근석은 하나의 선돌을 세운 것이 아니다.
약 120㎝짜리 남근석을 가운데 세우고 그 옆으로 조그만 돌들을 세워서 아기자기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난 마을 제의 때 쳐놓은 금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주위에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세워져 있는데 300∼400년 정도 된 것이라고 한다.
이 남근석에 대한 제의가 매년 섣달 20일에 행해지며, 이를 ‘동구제(洞口祭)’라고 부른다.
아마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붙인 명칭인 듯하다.
음식을 장만하는 주판집과 지관, 축관 등 4명을 선출해서 제사를 올린다.
대개 농사가 잘되고 동네가 화목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재 거주하는 28가구의 대주(大主·바깥주인)를 위한 소지를 올려주는 것으로 끝난다.
약 120㎝짜리 남근석을 가운데 세우고 그 옆으로 조그만 돌들을 세워서 아기자기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난 마을 제의 때 쳐놓은 금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주위에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세워져 있는데 300∼400년 정도 된 것이라고 한다.
이 남근석에 대한 제의가 매년 섣달 20일에 행해지며, 이를 ‘동구제(洞口祭)’라고 부른다.
사과농사를 짓는 마을길을 따라 희양산으로 향해 본다
이른더위가 찾아왔지만 바람이 살랑거린다
다행히 덥지 않을 것 같다.
희양산을 중심으로 왼쪽은 시루봉, 오른쪽은 구왕봉이다.
구왕봉쪽으로 오를 예정이라 오른쪽 길로 오른다.
선계로 들어서는 길목에 펜션이 있다
은티펜션앞을 지나...
산으로 들어가는 길
멀리 올라야 할 희양산을 눈대중으로 가늠해보며
아침 햇빛이 찬란한 길을 간다.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20여분 오르면 구왕봉과 희양산 갈림길에
대문같이 큰 백두대간 표지석을 만난다
오른쪽은 구왕봉, 왼쪽은 희양산길
산좀 탄다 싶은 사람은 오른쪽 구왕봉을 거쳐서 희양봉과 그리고 시루봉까지 가겠지만
희양산 하나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나는 당연히 구왕봉은 포기다.
가지는 않았지만 구왕봉에 대해서....
구왕봉은 동쪽의 희양산(998m) 유명세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희양산과 함께 동서로 나란히 위치한 구왕봉은 암산으로서
아직까지 등산인들이 많지 않아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로서 찾는 이로 하여금 쾌적감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이 천하의 절경 희양산을 높이 솟구친 후 그래도 아쉬운지 다시 희양산과 비슷한 산을 세우고 달려가다가
희양산과 구 왕봉 사이에 지름티재를, 구왕봉을 지나 은티재를 만들고 악휘봉·장성봉을 지나 대야산·청화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회양산의 명성에 눌려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지나
그만큼 인적이 뜸해 깨끗한 산길과 아기자기한 능선길은 찾는 이로 하여 금 만족을 느끼게 한다.
봉암사 창건 설화에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대사가 심충이라는 사람의 권유로 봉암사 자리를 결정하고
그 자리에 있던 큰 못을 메울 때 용이 살고 있어서 지증대사는 신통력으로 그 용을 구룡봉으로 쫓았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 구룡봉이 구왕봉이라고 하고 봉암사에서는 날개봉이라고도 한다. 또, 이 날개봉에 매년 소금단지를 묻어 기를 눌러 둔다고 한다.
구왕봉 갈림길을 지나
이번에는 성터로 올라가는 길과 지름티재로 가는 갈림길이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로프구이다
바위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성터로 가는 우회길을 이용해서 희양산에 오를수 있다.
연둣빛 숲속
검지 않아 좋다
푸른 것도 농익으면 검은숲이 된다
아직 농익지 않은 푸르름아래 의자가 있다.
쉬어가지 않는 사람들.....
바쁘게 달려온 사람은 빠른것에 숙달되어 저 의자를 두고 그냥 가버렸다.
나도 그냥 가야지....
뒤쳐졌는데...
지름티재
오른쪽은 구왕봉
왼쪽은 오늘의 목표지점 희양산 가는 길
꽃길이다
철쭉꽃이 반긴다
바람이 분다
넘치지 않는 살랑거림으로 손짓하는 꽃인사
오늘 산행은 일백프로 행복한 산행이 될 것임을 알려준다
예고장 같은 철죽꽃이다.
각자 모여들어서 하늘을 바라보는듯한 암석군
미로바위라한다
바위안에도 바위
어떻게 이렇게 각자 생성되어 바위를 떠받히고 긴 세월을 견디고 있을까
내가 이럴려고 산에 왔던가
꽃길을 걸을려고 이세상에 왔던가
누가 나를 위해 가는 걸음걸음 꽃을 뿌려주었던가
꽃길을 간다
자연이 준 최대의 선물,
황홀한 선물을 받고 꽃길을 행복하게 걸어간다.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지만
입에서 노래가 맴돈다
진달래피고 새가 울며는 두고두고 그리운사랑~~♬♪
따로 있는 것 같아도
저렇게 뿌리들이 엉켜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따로 걸어가는 것 같아도 산을 향하여 감동하는 마음은
저렇게 함께 교감하고 있는 것이다.
산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때문에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닮아가는 것이다.
로프구간이다.
80도정도의 직벽에 습한 바위라 미끄러지는 구간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히 올라야 할 구간이다.
나무허리를 질끈 묶어서 동아줄 같은 로프를 내려놓았다.
어떤이는 성큼성큼 잘 올라가지만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래도 이런 앗찔한 로프구간이 산행의 묘미를 살려준다.
젖먹은 힘까지 쏟아내고 로프구간을 오르고나니 시루봉과 구왕봉 갈림길이다.
로프구간이 싫어서 성터길로 우회한 길을 만나는 곳이다.
한숨 돌리고 물도 한모금 축이고
바람 또한 적당히 시원하여 힘들어도 힘듬을 느끼지 못하겠다.
동행이 있어서 의지가 되어서인가보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길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희열을 느끼게 하는 길
그 길끝에 천금같은 보상으로 온산하를 둘러볼수 있는 암릉의 세계가 있다.
부부끼리는 닮아간다고 하던가요
같은 곳에 자라는 나무도 닮아간다
둥근바위옆에는 성격 온화한 나무고 살고
거친 바위 옆에는 거친 나무가 산다
비록 오르는 길이 힘들었어도
힘듬의 끝에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산능선이 있고
포용을 닮아가는 나무가 자란다.
서로 닮아가는 나무
함께 이길을 걸었던 산우들도
마음과 행복이 닮아 있었겠지요
닮음을 함께한 이들은 하루가 천년처럼
천년이 하루처럼 그렇게 웃으며 걸어간다.
선계속을 걸어와 하늘 맞닿는 곳에서 만나는 화낭자
너무도 해맑아 잠시 넋을 놓겠다
멀리 날아가는 새가 꽃속으로 추락할 것 같이 아름다운 날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이자리에 있게한 나의 삶, 축복이다
구왕봉을 둘러서 희양산까지 왔었다면 더 오랫동안 희열에 들겠지만
바닥난 체력에 희양산으로 가는 마루금에 서서 구왕봉을 바라본다
능선을 걸어서 오지는 못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조그만 틈새에도 꽃이 핀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좁다 하지 말라
힘들다 하지말라
도무지 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틈새에도 꽃은 피고 바람은 지나가고
세월은 어김없이 계절을 지킨다.
순한 초록과
순한 분홍과
얌전한 바람과
행복한 길손은 한몸이 되어 여기에 서있었다
꽃 너안에 내가 있는줄은 알길이 없지만
이즈음에는 난 너룰 꼭 생각한다
철쭉꽃을 보겠다고 꼭 길을 나선지 10년 강산을 두번이나 보냈다.
저런 돌틈에 어찌 저런 큰 나무를 자라게 했을까
산에서 배운다
가능과 불가능....
그건 인간이 가진 한계가 가져다 주는 저울질 같은것
400미터쯤 툭 터진 조망을 따라 꽃과 같은 여인이 되어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것은 맞지만
더러는 정상이 한발 물러나 더 멀리 있었으면 할때도 있다
능선을 따라 온몸으로 맞이하는 아름다운 풍광에 꿈을 꾸듯 빠져드는 것
마약의 힘 같은 것이라고 할까
마약의 힘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 정상이 더 멀리 있길.....소망하는 순간이다.
무슨무슨 종주
무슨무슨 비탐로
무슨무슨 정맥, 기맥등등....
그리고 백두대간
내가 할 수 없었던 가장 무서운 도전
백두대간까지 접수한 산우야말로 일백프로 대단한 존재이고 우상이다.
그 우상들이 지나가는 길목 희양산 정상에 왔다.
희양산 표지석 뒷면
한자로 曦陽山
'햇빛 희' '볕양'
여기의 햇빛이야 말로 가장 좋은 볕이라는 뜻인지....?
잠시 검색을 해보니
희양산이라는 이름은 "멀리서 바라보면 화강암 바위들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고 해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희양산 남쪽 골짜기에는 불교구산(佛敎九山,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로서,
신라시대(881년) 때 도헌(道憲) 지증대사가 창건한 봉암사(鳳巖寺)와 부속암자인 백련암(白蓮庵)이 있는데,
봉암사는 석가탄신일을 제외하고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조계종 특별수도 도량이다.
※구산선문(九山禪門): 신라말~고려초 중국 달마의 선법을 이어받아 그 문풍을 지켜온 아홉산문(九山門).
- 실상산문, 가지산문, 사굴산문, 동리산문, 성주산문, 사자산문, 희양산문, 봉림산문, 수미산문
골짜기가 깊고 산능선은 순해보이나
그 깊은 능선에 인간의 힘을 실험하듯이 로프구간이 버티고 있다.
정상에서 요기를 하고
돗자리 깔고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일행을 따라 꽃길을 따라 터벅터벅 내려간다.
여기 물이 고이면
이산에 사는 새들 물 먹기 좋겠다
물이 마를쯤 또 비가 내리고....그래서 새들이 물 먹으로 마을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길 바래본다.
산철쭉
진분홍색이라서 흔히들 진달래와 혼돈하는데
진달래는 잎이 없고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과 동시에 피니까 구분하기 편하다
산철쭉과 철쭉의 구분은
철쭉의 꽃이 더 연하고 꽃이 크고
진달래 닮은 진분홍은 산철쭉이다.
올라갈때 보지 못했던 바위
그 사이로 저 건너 구왕봉의 절경을 바라볼수 있다.
의연하게
고고한 자태로 희양산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연두빛과 철쭉빛이 찬란하여
눈이 시다
그래서 무채의 풍경을 만들어보았다.
아까 보았던 그곳
다시 또 머물고 싶은 자리
그래서 다시 이자리에서 복부에 까지 가득 희양산의 공기를 넣어본다.
낙화
문득 이형기의 시가 생각난다
落 花 /이형기 詩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꽃뿐만 아니라
나도 돌아서 가야할때
먼길, 먼풍경
기막힌 소나무, 단단한 암릉 .....모두 두고
다시 길을 간다.
시루봉과 희양산의 갈림길에서
은티마을쪽으로 간다.
조릿대 길라잡이처럼 길을 안내하고 있다.
희양산 성터
천년의 고성, 희양산성
이곳은 후삼국시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과 후백제 견훤이 국경을 다투던 접전지로 치열했던 천년 세월을 간직한 고성이다
옛날 그 시기에는 후백제 견훤의 세력이 강해져서 신라를 자주 공격하고 경순왕이 이곳 봉암사까지 피신했다고 전해온다.
그런데 견원의 고향이 문경시 가은읍 가은리(봉암사에서 30여분거리)인데
자기가 후백제의 왕이 되고나서 문경지역이 수차례 침략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다른 지역은 정복을 하였지만)는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전해 오기도 한다.
성터 등넘어도 지나간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순진하게 꽃은 피고 지고 잇다.
앞서간 산우들의 흔적
이길을 따라 앞서간 산우들을 발자욱을 밟으며
언제나 맨 끝에서 쉬엄쉬엄 따라 간다
느리게 걷는 습관 때문인지 늘 이렇게 꼴찌가 편하다.
희양산성벽에 내려앉은 철쭉
꽃은 바닥에 떨어졌어도 아름답다
끝까지 아름다운 꽃의 삶이다.
병꽃이 철쭉 사이에서 서울에서 전학온 학생처럼 이쁘다.
급경사길을 따라 은티마을로 내려오다가 급경사가 순해질 무렵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올린듯한 거대한 바위장군을 만난다.
사이사이 뿌리를 내리는 작은 나무며
비바람을 견디고 세월을 견디는 나무며
어떻게 이렇게 이루어졌을까
이세상이 만들어진 것에 신비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잠시 쉬면서 올려다 본 하늘
단풍잎이 빼곡하여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가을 단풍때 와도 좋겠다.
그땐 붉은 하늘을 바라볼수 있을거니까.
오월의 하늘은 연두빛이다
급경사는 끝나고 호젓한 외길
일행은 잠시 땀을 식히느라 물가에 앉아 있는 동안
산길을 따라 잠시 혼자 걸어본다
혼자 걷는 시간
자유를 얻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더 많은 시간이다
쪼그리고 앉아 들꽃에도 인사한다.
갈림길
산에 오를때 오른쪽은 희양산 지름티재로 가는 길
왼쪽은 성터로 올라가는 로프구간을 우회하는 길
헤어졌다가 또다시 만나는 길
길이며 사람이며
꽃이며 나무며 우리는 얼마나 많이 만나고 헤어졌었는지...
다시 만나자는 기약이 없어도 만날것은 만나고 헤어질것은 헤어진다.
산행은 끝나고 은티마을로 내려오는 길
푸른 청춘이었던 시절이 있었겠지만
이젠 퇴색한 쭉정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들의 삶이다.
내려가면서 보는 은티마을 풍경
내려가다 말고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본 희양산
나이테
나이를 먹는일은 참으로 힘든일이다
은티마을 솟대
은티마을 주차장
이렇게 하루의 축제가 마무리가 된다
봄 산행은 언제나 축제다
꽃과 연둣빛과 바람과.....어느것 하나 빼놓지 않고
사랑할수밖에 없는 가장 화려한 축제의 날이다.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꽃길을 만들어 줄까
산행을 나서는 자만이
그들의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철쭉꽃이 피고지는 산골길을 걷고 걸어서 다시 그자리에 돌아왔다.
사열하듯이 줄지어선 리번에 우리의 이름표도 걸어놓고
뿌듯하게 올려다 본다
같은 곳을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아는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들이다.
어느산 어느하늘아래를 걷더라도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희양산의 야생화
사과꽃#1
사과꽃#2
매발톱
애기나리
산철쭉 꽃술
송화
병꽃
병꽃나무속 소영도리
흰철쭉
철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