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6. 소금강
단풍의 독백
나는 나무 여신을 위한 일벌이다
소금강의 가을은 깊고도 길다
노인봉에서부터 청학동까지
계절은 길고 일벌은 바쁘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햇빛은 바쁘게 건너가고
내 몸은 햇빛처럼 붉게 물들어
나무 여신을 돌본다
날마다 작은 손을 뻗어
여신을 위해 빗물을 받고
햇빛을 얻기 위해 새벽기도를 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여신과 춤을 춘다
찬바람이 가을을 떠밀고 있을 때
은하수처럼 무리 지어
여신을 위한 축제를 연다
어느 날 툭 떨어져
웅크리고 있겠지만
여신을 떠날 때가 가장 붉은 순간이 있었다고.
梁該憬
2019.10.26.토 소금강 단풍지대에서
칠월에 갔었지만, 또 간다
그때는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거쳐서 길고 긴 소금강계곡을 걸어서 하산했지만
이번에는 카메라를 메고 여유롭게 절반만 걸어볼 예정이다
여름에 갔던 코스와는 역순으로 청학동 소금강 주차장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원점 회귀하기로 하는 귀족 산행이다
한 주 전이 단풍 절정 시기였지만 일주일 차인데 어쩌랴 싶었다
10시 30분쯤 도착한 소금강계곡은 순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푸르다
주차장에서 만물상까지 왕복 10킬로미터 정도만 걸어볼 양이다
소풍 나온 것처럼 천천히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길
충분히 하늘을 볼 시간이 있고 바람을 느낄 시간이 있는 날이다
사람이 많을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소금강이라 일컫는 청학동 계곡은 우리나라 명승지 1호인 만큼
투르지형을 이루는 촛대형 바위와 물줄기 좋은 폭포가 있어서
사계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수려한 바위와 청정한 물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단풍은 좀 늦게 찾아온 우리를 위해서 고운 빛깔을 자랑하며 남아 있었다
단풍이 다 떨어졌다고 해도 청정한 바람을 벗 삼아 낙엽을 밟아보는 기분도 좋을 텐데
위에는 단풍, 바닥에는 낙엽 하늘을 보아도 계곡을 보아도
가을의 늪에 풍덩 빠져들게 하는 날이다
식당암을 비롯해 만물상까지 넓은 반석이 있는 곳이 많아서 마음껏 쉴 수 있었다.
도시로의 탈출, 회색빛으로부터 해방
천연의 숲에서 자연인의 호흡을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서 주말마다 수도권을 벗어난다.
소금강은 우리나라 명승 제1호로 지정[1970년 11월 18일]되어 있으며
오대산 국립 공원 면적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계곡이다.
오대산에서 가장 빼어나다는 소금강(小金剛)은 본래 청학산 소금강이었는데,
오대산 국립 공원으로 편입되면서 오대산 소금강이라 불린다.
소금강이란 빼어난 산세가 금강산 같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이다.
청학산은, 황병산을 주봉으로 해서 우측은 노인봉,
좌측은 매봉이 자리한 것이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듯한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명주 청학동 소금강의 경승은 이이(李珥)의 「청학산기(靑鶴山記)」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곳이다.
1569년(선조 2)에 이이는 잠시 벼슬을 그만두고 강릉에 내려와 있을 때 산세가 수려하고
골짜기 물이 청정하여 자연의 정취가 그윽한 곳을 찾던 중, 마침내 인적이 드물어 잘 알려지지 않은 청학산을 찾게 되었다.
이율곡은 이곳을 더없이 사랑하여 「청학산기」를 저술했다.
명주 청학동 소금강에는 고구려 축성방식인 ‘퉁그스’식의 아미산성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산성의 존재로 미루어 이곳은 고구려시대 또는 신라 통일기 이전부터 알려졌던 곳이 확실하다.
산세가 수려하면서도 험난하여 천년수성에 이로웠을 것이며
재수가 많고 풍부하여 많은 군사를 급양하기에 족했을 것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