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5.토. 지리산 만복대
지리산에 간다고 날짜를 잡아놓으면 왜 이렇게 설레는지
갈 때마다 일기가 안 좋아서 고생 고생하다가 돌아올걸 알면서도
큰 산에 간다는 마음 때문일까
난 아직도 지리산에 갈 힘이 남아있다는 기쁨 때문일까
아.... 기다려진다
하루 전날은 잠도 오지 않는다
봄에도 따뜻한 줄 알고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서 손이 꽁꽁 얼었었는데
이번에는 9월이지만 오리털 점퍼까지 미리 챙겨놓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이번에는 일출을 본다고 서북능선 만복대로 간다는데 일출을 볼 수 있겠지...
아니면 운해라도 봐야 할 텐데...
먼길을 큰맘 먹고 떠나다 보니 기대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리산은 또 어떤 얼굴을 큰 기쁨을 줄지 정말 설레고 설렌다
2021.9.25. 지리산 만복대 코스 / 날씨 맑음
성삼재 1,102 m 만복대 1,437 m 정령치 1,172 m
9.24. 금 - 밤 11시 인천 출발
9.25. 토 -3시 성삼재 도착
산행시간 3시~오후 1시
일출시간 6시 20분
산행 코소 -성삼재 -작은 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
산행거리 - 7.5킬로
성삼재 주차창에 내리니 바람이 차다
오리털 점퍼를 준비하길 참 잘했다
도착하기 전 비가 내려서 습기가 가득하다
만복대는 성상재에서 노고단 반대방향 능선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으로 가는 길을 주능선
성삼재에서 만복대를 거쳐서 정령치와 바래봉으로 가는 길을 서북능선이라고 한다
서북능선 중에서 성삼재~만복대~정령치까지 걷는 구간을 선택했다
일출을 기대하고 무박산행을 진행했는데 성삼재에 도착하니 비가 와있었다
일출은 못 보더라도 운해는 기대해도 될 것 같아서 부지런히 일행의 뒤를 따라나섰다
랜턴 아니면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길
앞사람을 따라 줄지어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본다
야간산행의 장점이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이 길이 얼마나 험한지를 몰라서 무심코 걷는다는 것이다
혹여 앞사람을 놓치면 길을 잃을세라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다 보면 동이 트기 시작한다
작은 고리봉 1248M
/ 정령치에서 바래봉 가는 능선에서 큰 고리봉을 만나는데 1304M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야반도주하듯 부지런히 걸어서 고리봉에 도착했다
성삼재에서 약 2킬로 정도... 약 1시간 정도 걸어서 도착하는 곳이다
고리봉에서 빗길 미끄러운 하산길을 벗어나 묘봉치로 가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니 추석을 막 지난탓인지 하현으로 가는 달이 우리를 따라온다
달빛이 저리 밝은 걸 보니 더 이상은 비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묘봉치에서도 아직은 어둠이 가득하다
어둠 속에서 구절초가 비를 머금고 있는데 주저앉아 들여다보고 싶지만
일행을 따라서 부지런히 길을 재촉해본다
묘봉치에서 만복대로 가는 길 중간 전망대에서 날이 밝는다
오늘 출사팀이 산행을 같이 하는 터라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전망대에서 지리산 능선을 뒤덮는 안개를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밤새 비가 온 탓에 안개는 한없이 산허리를 뒤덮어 버린다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가는 길은 산죽밭이다
사람 하나 걸어갈만한 길
비가 온날은 산죽이 바지를 툭툭 쳐서 옷이 다 젖어버린다
만복대로 가는 길
아침 햇빛을 받아서 새색시처럼 인사하는 들국화
정
성삼재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능선을 바라보며...
일출은 숲에 가려서 보지 못했지만
운무가 파도를 친다
반야봉을 신비롭게 감 싸도는 운무 때문에
이때부터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오길 잘했어...정말 잘했어...
밤잠 설치며 지리산을 오길 잘했어 ..
구례 산동마을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흐릿하게 무등산도 눈에 들어오고..
햇빛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도 좋지만
여명 속에 꿈결같이 보이는 풍경도 아늑해서 좋다
만복대까지 300미터를 두고 발길을 재촉하지 못한다
여기서 어떻게 빠른 걸음을 옮기겠는가
산에서 긴 거리 산행을 원하지 않은지 오래다
높은 산자락에 앉아서 오묘하게 빚어내는 자연의 그림을 마음껏 바라보는 일이 가장 큰 기쁨이다
9월 말인데 만복대의 억새는 어느새 빛을 잃었다
이슬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억새에 깃털들은 이미 흩어지고 없다
억새가 지지 않고 있었다면 운해와 어울려 천만 원짜리 그림일 텐데
아쉽다...
반야봉의 운해... 또 하나 남겨보고
이런 광경을 보고자 밤새워 왔으니
본전이라도 뽑듯이 한없이 남겨보는 사진이다
사진에는 표시가 잘 안 나지만 쌍무지개가 눈앞에서 보여준다
신이 내린 감격적인 선물이다
브로켄 현상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앞에는 안개가 끼어 있고 뒤에서 해가 비칠 때, 그 사람의 그림자가 안개 위에 크게 비치고 목둘레에 무지개 테가 여러 겹 둘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상 광학 현상.
지나 온길 고리봉과 노고단이 보이고
성삼재는 운해가 지나가는 중이다
오늘 올라가야 할 만복대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
무등산 방향을 향하여 펼쳐지는 능선들
파도처럼 밀려는 산구비 구비...
반야봉과 고리봉 사이에 운해는 오는 아지트를 틀었다
운해가 떠날 기미가 없다
잠시라도 지리의 장쾌한 능선을 담고 싶은데
운해가 펼쳐주은 풍경 앞에 감사해야겠다
만복대는 1437M
만복대 300미터 거리의 높이는 1380M
산꾼은 이정표가 반갑다
거리와 높이를 보며 자신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행기를 쓸 때에는 항상 이정표를 곁들여서 쓰기를 좋아한다
고리봉과 성삼재 그리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무등산을 망원으로 당겨서..
반야의 쌍봉을 좀 더 당겨서..
구례 산동마을 풍경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한걸음 가다 뒤돌아 보고
한걸음가다 또 뒤돌아보고..
300미터를 3킬로처럼 걸었다
안개가 부르는데... 길을 갈 수 있어야지
만복대(萬福臺)
만복대(萬福臺)1433M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 경계에 솟은 만복대는 높이가 1,433.4m인 지리산 서부의 봉우리이다. 북으로 정령치, 남으로 성삼재 고개가 있다. 만복대는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다. '만복대'란 명칭은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하여 만복대로 칭하였다는 설이 있다.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이 곳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반야봉은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해준다. 1990년대에 산동면에 지리산 온천 랜드가 들어서면서 온천과 연계한 등반지로 찾는 이들이 많다. 봄철 산수유꽃이 필 때면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 하위 등 산수유마을에서 노란 산수유꽃을 감상하고 만복대에 올라도 좋다. 또 가을 억새는 물론이고 겨울 설화도 멋진 곳이 만복대이다. |
만복대를 떠나기 전 가장 많은 시간을 두고
올라오면서 만났던 그림들이지만 두루두루 또 찍어본다
산에 올 때마다 내가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남기는 중이다
반야봉에서 노고단으로 이르는 능선과 운해...
생각보다 추운 날씨지만 추위와 바람을 잊고
지리산에 오른 날 중 가장 오랫동안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는 산행이다
출사팀들 산행이 늦어지는 탓에 망중한을 제대로 느끼는 지리산 산행이다
정령치로 하산한다
약 2킬로 구간
1시간이면 하산할 수 있다
오를 때와 달리
하산길은 급경사 너덜길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길이 습해서 미끄러질뻔한 곳도 많다
정령치에서 바라본 풍경
정령치 휴게소
웬일로 휴게소가 한가하다
코로나의 위력이 대단하다
이만 때쯤이면 주차장에 차를 댈 곳이 없어서 길에 주차하곤 했는데 말이다
휴게소에서 내려다본 남원 주천면의 마을 풍경
정령치에서 오늘의 지리산 산행을 마감한다
약 3~4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산행인데 오늘은 두배로 긴 시간이 주어져서
만복대에서 맘껏 자유를 누리듯 풍경에 푹 빠져 들었다
급하게 산을 오르고 집으로 가는 것보다
소풍 온 듯이 느긋한 산행을 하고 나니 온몸에 때가 모두 씻겨나간 듯이 상쾌하다
다음 지리산은 어느 능선을 걸을지는 모르지만
나의 산행은 언제나 지리산을 걷고 있다
2021.9.25. 토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