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9~20/설악산(천불동계곡&금강굴)
산에 반하는 날이 가을뿐이랴
설악산에 갈 때마다 잠을 못 자고 설레는 산
건강한 숨결을 가득 담고 있는 산
가장 많은 폭포와 가장 많은 암릉을 가지고
힘 있게 하늘을 향하여 솟아있는 산
오늘은 가장 쉬운 천불동 코스를 여유 있는 걸음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갈 수 있는 만치 걷다가
발바닥이 아파 올즈음 대청봉을 향한 미련을 거두고
뒤돌아설량으로 설악으로 향한다
설악에만 가면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맑은 물가에서 손을 담가보지 못했다
면경 같은 맑은 물에 손도 넣어보고
시간이 된다면
마등령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늘 그냥 내려왔던 금강굴에도 가볼 량이다
설악의 기운이 우렁차서 몸과 마음이 바빠오던 산
오늘은 금강굴에 올라 산멍~ 속에 빠져 볼량이다
![]() 설악에서/梁該憬 나는 누에고치였나 고치에서 실을 풀어내듯 내 발뒤꿈에서 풀어내는 길 앞산 가는 길 위에 재너머 가는 길을 엮고 뒷산으로 가는 길 위에 별이 내려앉던 날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길에서 명주실을 풀어냈었네 나의 뜨거운 이마는 식었지만 밤새도록 풀어낸 명주실에 단풍물들이느라 바쁜 날 비단 한필 등에 지고 설악재를 넘는 누에고치 오던 길 붉게 서있는 설악을 보았는데 내가 짠 비단옷 그 옷인가. |
설악산 천불동계곡&금강굴
- 2024.10.19~20(무박)/날씨:종일 흐림
- 서울 밤 12시 출발
- 설악동소공원 3시 10분 도착
- 산행시간:3:10~14:00
- 산행코스:설악산소공원-울산바위 갈림길-비선대-귀면암-양폭산장-천당폭포상부-양폭산장-귀면암-비선대-금강굴왕복-비선대-소공원
- 산행거리 :약 15km
양폭대피소 탐방 난이도
금강굴 탐방 난이도
소공원에서 귀면암까지
이동거리 4.4km
소요시간 2시간
시월 하고도 스무날의 3시
설악동은 인적이 없어 고요하다
구월보름을 막 넘겼지만 달빛을 감춘 하늘은 먹빛이다
거기다 이슬비가까지 살짝 걸쳐있다
신흥사 일주문을 거쳐 소공원에 들어서도
우리 일행의 움직임 소리만 신흥사 절집 앞을 채우고 있다
랜턴빛을 환하게 밝히고 부지런히 비선대를 향하여 걸어가는데
천불동입구의 물소리는 어둠 속이지만 상당한 수량을 직감한다
어제 내린 비가 계곡을 박차고 흘러내리는 소리다
원래의 계획은 형제봉이지만 빗물 먹은 바위가 자신이 없어서
계획을 바꾸어 양폭산장까지 가을가을한 단풍놀이를 즐길 참이다
비선대 까지 3km/1시간 소요
귀면암까지 4.4km/2시간
귀면암에서 양폭대피소까지
귀면암에서 양폭대피소까지 2.1km/ 1시간 20분 소요
소공원에서 양폭대피소까지는 6.5km 3시간이면 넉넉하다
일출시간은 6시 40분
소공원에서 3시간 30분을 걷고서야 날이 밝아올 것이다
소공원을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났어도
하늘을 보니 캄캄하다
랜턴불빛에 붉디붉은 단풍이 손짓을 한다
오늘 불타오르는 천불동 계곡을 기대하며 어서 날이 밝기를 기대했다
너덜길과 계단을 부지런히 걷는 일에 충실했다
수많은 설악의 길을 걸으면서도 이렇게 물소리가 우렁찬 적은 없다
단풍보다 폭포수의 장관에 더 취할지도 모르겠다
어둡지만 길이야 동네 길 걷듯 눈에 선한길
어둠 속에서 잠시 쉬면서 귀를 기울여보지만
물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잠잠하다
어제 내린 비로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까지 잠재웠다
소공원을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깜깜천국
오련폭포:5개의 폭포가 연이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천불동 계곡의 가을
일출시각 20분을 앞두고 여명이 밝아온다
양폭대피소
소공원에서 양폭대피소까지 6.5km/3시간 10분 소요
양폭대피소에서 바라본 풍경
양폭대피소에서 천당폭포 상부까지
일출은 6시 40분
동트기 20분 전부터 여명이 밝아오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설악의 냄새와 설악의 소리로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양폭대피소에서 이른 시간의 커피를 끓여 마시니 밤새워 달려온 피로를 풀어준다
기분 좋은 김에 천당폭포로 좀 더 올라가 본다
이렇게 물소리가 가슴을 울리는 날은 천당폭포로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지만
폭포와 협곡의 비경을 구경하기 적당한 전망대와 같은 계단이다
누가 소리를 지른다 하여도 웅장한 폭포소리에 묻혀버리는 날
깊어도 맑디 말은 협곡 물빛
명주에 풀물 든 것처럼 고운 빛이다
흘러내리는 물 위에 무늬를 채우는 오색 단풍
이날 대청봉에는 첫눈이 왔고 상고대가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이만한 수량을 자랑할 폭포는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대청봉 흰 눈 보다 천불동 계곡의 폭포 비경에 만족한다
설악산 양폭포
양폭포, 음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양폭포만 볼 수 있다
음폭포는 출입제한구역이라 아쉽게 볼 수 없다
천당폭포보다 더 폭포 같은 양폭포
천당폭포 가는 길
이 계단 때문에 설악의 아름다운 뷰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천당폭포
천불동 계곡의 마지막 폭포
높이 33m 폭 12m
천 개의 불상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붙여진 천불동 계곡
설악산 천계를 닮았다고 하여 천당계곡이라고 불린다
이곳까지 올라오면 천당을 온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여 붙여진 천당폭포
천당폭포와 단풍
천당폭포 주변 협곡
천당폭포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
천불동계곡 탐방 중 유일하게 울산바위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다시 내려오면서 천당폭포와 협곡
천당폭포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본 비경
양폭대피소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천당폭포까지 왕복 3~40분 소요
양폭대피소에서 비선대까지
양폭대피소에 끓여 먹는 아침 라면 맛은
가장 수려한 병풍 앞에서 먹는 잔칫상과 같다
라면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먹는 커피를 마시며 붉은 산천을 바라보니
저 단풍은 나보다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련 없이 불태우는 열정 단풍 앞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기분
이만큼이라도 좋다
오색 병풍을 두른 양폭대피소에서 1시간쯤 머물렀다
이젠 금강굴로 가기 위해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어둠 속이라 귀를 열고 폭포소리에 빠졌던 길을 그대로 내려오면서
이번엔 눈으로 느끼며 손끝 발끝 머리끝 단풍물을 들여볼 참이다
이틀 전에 내린 비로 단풍이 떨어진 곳도 있지만
이만하면 설악의 절정을 맛보는 날이다
낙엽이 뚝뚝 떨어진 길
흘러가는 물길에 손사래를 치는 단풍
이보다 더 맑을 수는 없는 명주빛 물빛
하늘까지 맑았으면 난 아마 단단히 미쳤을 것이다
양폭대피소 안녕~
병풍 같은 비경이 보이는 병풍교 쉼터
무서운 귀신얼굴을 하고 있어서 귀면암
바위 아래에는 폭우 속 탐방객을 유도하다 유명을 달리한 유만석 님의 넋을 기리는 동판이 있다
귀면암
드디어 보이는 비선대
비선대 목교
비선대 이정표를 보며 등산코스를 살피는 탐방객
비선대에서 금강굴까지
비선대에서 600미터 급경사를 타고 올라가면 만나는 금강굴
멀지 않은 거리에 두고도 마등령을 내려오면서 지쳐서 그냥 가고
비선대에서 급경사를 오르기 싫어서 그냥 가고
설악은 언제나 진을 뺄 만큼 힘들어할 즈음에 금강굴이 있다
이름만 걸친 불자이지만 금강굴에서 삼배를 꼭 하고 싶은 날이다
불교는 인연설을 이야기한다
20년을 넘게 설악을 오고 가면서도 이제야 금강굴에 인연이 닿는다
비선대에서 돌계단을 따라 몇 발짝 올라가니 연등하나 인사를 한다
단 하나의 연등에 이미 마음은 부처를 만난 듯 반갑다
배낭을 지고 올라가다가 300미터 올랐을 즈음
봇짐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터덜터덜 올라간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내려놓았다고 수월하게 올라간다
어깨에 매달려 있는 짐 하나 내려놓고
마음속에 매달려 있는 미련 하나 이루려고 뚜벅뚜벅 산길을 오른다
그리고 7평 동굴 안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설악의 마루금의 장관에 넋을 잃었다
하마터면 내가 그곳에서 원효대사가 되어 수도할뻔했다
설악의 잊을 수 없는 비경을 얻을 수 있었던 날이다
열개의 연등보다 한 개의 연등이 더 곱다
저만치 금강굴이 보인다
'사람주'나무 단풍아래 잠시 쉬면서 봇짐을 내려놓고
마등령과 금강굴 갈림길
금강굴 전망대
금강굴
108배하는 마음으로 올라가는 계단
원효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했는데
그 옛날 저 바위 속에 동굴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으며
어떻게 올라갔을까.
담쟁이 벽화
금강굴 내부와 석간수
금강굴 속초시 설악산 외설악 지구의 비선대 서쪽에 솟은 장군봉 중턱에 있는 자연 석굴이다. 해발 600m 지점의 암벽 한가운데 있는 금강굴은 경사가 급해서 굴까지는 곳곳에 설치된 부교와 콘크리트 계단을 이용해야 갈 수 있다. 내부는 약 7평가량으로 (길이18m, 면적 23.1㎡) 굴속의 토기 등 생활용구와 석불좌상으로 보아 고승이 도를 닦던 곳으로 짐작된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가 수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신흥사 소속 암자이다. 장군봉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금강굴에 오르다 보면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경관이 볼 수 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와선대와 비선대를 거쳐 금강굴에 이르는 금강굴 코스는 3.6㎞ 이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
금강굴 앞 비경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
금강굴 앞에서 바라본 천불동 계곡
비선대에서 소공원까지
금강굴에 다녀오니
마음엔 연등하나 달았다
연등을 단 마음으로 비선대에 내려오니
내가 학이 되어 날아오를 것 만 같다
금강굴 아래 달려있는 단풍잎은 전부가 연등이다
붉게 타오르는 소원하나 얻고자 가을이면 설악에 들었다 가는 것이다
너덜길 오를 때에는 등불이 꺼질까 조심하듯 걷고
물가에 손을 씻을 때에는 불보살 기도하듯 씻는다
금강굴에 올랐다가 집으로 가는 길
작정했던 소원은 아니지만
이제야 연이 닿은 금강굴에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삼배를 하고 집으로 간다
안내판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찍어보고
가장 왼쪽봉우리가 금강굴이 있는 장군봉 혹은 미륵봉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곳이다
가운데 가장 큰 글씨가 비선대(飛仙臺)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1호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정조에 진상한 '금강사군첩'에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보통 쇠붙이나 바위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금석문(金石文)이라 한다.
거대한 암반 아래에 있는 와선대(臥仙臺) 너럭바위에 누워서 경치를 감상하던 마고선(麻姑仙)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고 한다.
그러면 누가 비선대 암반에 글씨를 새겨놓았는가?
비선대 금석문에는 옛날 권세가들의 이름이 많다.
절경을 찾은 많은 시인묵객들이 일종의 방명록처럼 비선대 암반에 자신들의 직책과 이름을 새겼다.
그러다 보니 꼴불견 낙서처럼 어지러운 금석문 암반이 되어버렸다.
소공원까지 대략 2km를 남기고 신작로길
누구나 탐방할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소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C지구 주차장까지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천불동계곡처럼 길게 늘어선 인파
버스를 4대나 보내고서야 C지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못 가본 산이 많고도 많은데
설악산은 가고 또 간다
비경의 으뜸을 자랑하는 설악을 보아야 아쉽지 않은 가을이 될 것만 같다
눈감고 어디를 눌러도 가장 멋진 구도가 될 것 같은
환장할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는 동안...
금강굴에서 내려오는 동안...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진을 담고 또 담았다
핸드폰에 사진이 너무 많아 무거워서 가방에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 그런 맘으로 담았다
집에 와 사진을 보면 그 멋진 비경은 어디로 갔는지
사진은 언제나 실제를 10분의 1도 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설악은 비경이고
사진은 복사본
누군가를 따라 한들 언제나 복사본 같은 마음
평생 원본이 될 수 없어 수도하는 마음으로 설악을 가고 또 간다
20241020.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