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7.설악산(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감투봉)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
현충일을 끼고 3일 연휴다
직장 다닐 때는 황금연휴라 칭했다
직장을 관둔지 3년은 족히 지났지만
연휴만 보면 어디를 떠나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산쟁이가 산에나 가야지 어디를 가...
몸에 길들여진 연휴의 기쁨이 몸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 기쁨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악으로 떠났다
그동안 등한시 했던 대승령 고개를 올라볼 참이다
장마기를 지나고 올라야 대승폭포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지만
지금은 건기라 폭포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악의 기를 받는 것만으로 생은 활기차고 즐겁기그지없다

2025.06.7. 토. 날씨 맑음
대승령&감투봉
산행시간:6:40~18시:40(감투봉 근처에서 곰취 따서 쌈 싸 먹고 놀다 옴)
산행거리:10km
산행코스:장수대탐방소-대승폭포-대승령-감투봉(원점회귀)

하루 전 양양 바닷가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 5시 출발해 도착한 장수대의 작은 주차장에는
부지런한 산꾼들의 차량이 가득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설악의 맑은 기운을 가득 들이마시며 산행을 시작했다

초입은 박석을 깔아 두어서 편안한 시작이다
새소리와 바람의 느낌.... 아 설악의 맛을 느끼는 아침이다

장수대 탐방로길은 설악에 얽힌 시조나 시들로 가득하다
산에 오르기 바빠 전에도 못 읽었고
이번에도 그냥 오르기 시작한다
산이 좋아 산에 온 사람은 산을 쳐다보느라 귀한 글도 그냥 지나간다

출발점에서 5 분지 나자
지긋지긋한 계단길이 시작된다
설악은 어디서 오르든 계단의 연속이다
그래도 장수대탐방코스는 돌계단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쉬엄쉬엄 계단길 시작

14 소녀가 설악을 오르다니....
지금의 소녀는 이런 의지가 있을까

설악을 흘러내리는 계곡은 메말라 있다
마른 계곡
그래도 숲은 청아하기 그지없다
맑은 아침에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공기
아침의 그 어느 차맛보다 향기롭다

300미터 올라왔는데 계단이다 보니 1km는 올라온 느낌이다
대승포포까지는 계단의 연속....
대략 1km 거리가 계단길이다



오르고
또 오르고
그래도 또 오르다 숨이 턱까지 찰즈음

건너편 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으로 흐르는 산능선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점봉산과 망대암산을 가봤지만
주걱봉과 삼형제봉은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

아름드리 노송옆으로
계단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그래도 대승폭포까지만 가면 가파름은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는 기대감에
열심히 올라본다

대승령에서 내려오는 암릉줄기

고사목과... 함께 또 건너다보는 삼형제봉

절벽을 붙잡고 살아가느라
몸체보다 더 긴 뿌리들이 설악을 움켜쥐고 있다

드디어 대승폭포
1km 올라오는데 50분이나 소요했다
깔딱 계단이 시간을 많이도 가져갔다

어쩌면 가느다란 물줄기도 없다...

대승폭포는
대승령에서 북쪽 1㎞ 지점에 있으며, 높이 88m의 물기둥이 낙하하여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로
신라 경순왕의 피서지였다고 전해진다.
대승폭포 맞은편 언덕 반석 위에는 조선시대 양사언이 쓴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물 없는 폭포...
쉬면서 하루 종일 바라보게 될 건너편 산능선

점봉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보일리 만무

올라올 때 본 근사한 소나무

엉덩이 묵직한 소나무

대략 2km는 더 올라가야 할 대승령
이제 길은 느슨해졌으니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한다

평생 누워있을 고사목...
그 옆에 노랗게 피어있는 산괴불...
생과사의 공존이다

은대난초


대승령을 800미터 남기고 쫄쫄 흐르는 물을 만난다
설악산에서 흐르는 물은 산삼 썩은 물이라고
올라오는 산꾼마다 물을 보충한다
물통을 꺼내어 가득 보충을 하고
산삼썩은 물을 마셨으니 기운이 절로 난다

대승령까지 3분의 2쯤 올라온 지점

이 높고 험한 곳에 암자가 있었나 보다

해발 890m
아직도 대승령까지 300미터의 고도를 올려야 한다


드디어 대승령 갈림길
남교리방향과 귀때기봉 방향...
강원도 인제군의 북면 한계리에 위치한 고개이다.
백담사(百潭寺) 절과 영시암(永矢庵) 터가 있는 수렴동(水簾洞)으로 가는 고개이다.
지명은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한다.
"옛적에 대승(大乘)이라는 총각이 동아줄에 의지하여 폭포 아래에서 석용을 따고 있었다.
그런데 '대승아, 대승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위로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커다란 지네가 동아줄을 쓸어 곧 끊어지게 됨을 발견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大勝嶺
인제 대승령과 대승폭포는 설악산국립공원 내 명소이다.
대승령은 설악산 서북능선 상의 고개로, 내설악으로 들어가는 첫 고개인 대승령은
이 고개를 넘으면 백담사 또는 십이선녀탕계곡 쪽으로 내려갈 수 있으며
기암절벽과 폭포, 계곡이 어우러진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로 가는 탐방로는 설악산의 다른 탐방로에 비해 인적은 드물지만,
대승폭포를 거쳐 올라가면 안산(1430.4m)을 거쳐 복숭아탕에서 시작되는 십이선녀탕계곡으로 연결되거나,
대승령에서 바로 북쪽으로 하산하여 흑선동계곡을 거쳐 백담사(百潭寺)로 연결된다.


남교리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9km에 가깝고
한계령으로 간다 하더라도 귀때기봉을 거쳐 10km 거리다
우리 일행은 귀떼기봉쪽 감투봉까지 갔다가
곰취가 보이면 곰취 따서 점심밥 먹고 놀다 올 량이다

은방울 꽃

떡취나물이 가득한 설악의 길

계단... 아... 가파르다

산 라일락이 곱게도 피었네

암문 사이로...

이제야 피기 시작하는 병꽃

앵초가 지천이다


또 계단... 휴...

힘들어도 앵초가 위안이다

곰취가 요렇게 생겼답니다
뒷면이 반질반질하고 테두리에는 톱니모양이 있다

철쭉도 이제야 피네

귀때기봉 방향으로 계속 갑니다

요강나물

저기가 감투봉인가... 아니면 반대편 방향길의 안산인가

설악의 거대한 암릉들...
저아래 골짜기에 백담사가 있다
이아래 골짜기 어디쯤에서 곰취 찾아 삼만리
하루 종일 설악의 꽃과
설악의 새와
설악의 바람과...
정처 없이 놀았다
걷는 것만 산행이 아니라
숲 속 이름 없는 풀처럼 앉아 풀인 것처럼 호흡을 했다

눈개승마

3시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서는 길...
어디쯤인지 이정표가 말해준다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대승령도 다시 만나고...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나무속에 둥지를 튼 새집을 보았다
4개의 알...

붉은머리 오목눈이 알

잠시 쉬어가고...
지나가던 산꾼도 인적이 끊기기 시작한다

지겹게 내려가는 그 계단

다 내려왔을 즈음
발에게 고맙다 시원한 물을 선사하고...

드디어... 하산완료

설악산 산행 중에
가장 느리게 걸었다
산소통속에 들어온 것처럼 산뜻한 산행
이제는 부지런히 걷는 것보다 이런 휴식 같은 산행을 하고 싶다
20250607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