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청계산행

kyeong~ 2009. 5. 25. 01:59

 

 

 

청계산행

 

주말마다 습관처럼 산을 오른다

산이름에 의미를 두고 온 것도 아니요

철쭉이 핀다 하여 온 것도 아니지만

나무 그림자 사다리 타기를 하며

산을 오른다

 

바람에 붙들려 그림자놀이를 하면서도

졸참나무는 잎에 밑줄을 그으며 살아간다

푸른 영혼을 꿈꾸는 오월

그새 밑줄을 많이도 그었네

 

만약 철쭉꽃이 없었다면

멋없었을 정상

멀리 능선 아래를 흐르는

강물의 몸뚱어리에서

오월의 빛이 산란한다

 

멋없는 자리에 꽃으로 서 있는 철쭉

가슴마다 깨알 같은 의미를 가득 새겼다

철쭉의 오월은 어떤 의미이기에 오월의 빛을

곱디고운 빛으로 품었다가 가는 걸까

 

밑줄 긋는 것과

수없이 점을 새기는 그대를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훔쳐본다

산에 어우러진 그림자를 무심코 밟고 가듯이.

 

 

梁該憬

2009.5.3

청계산(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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