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천 세무서 정자에는
일 년 동안 뼈빠지게 번 돈을
세금으로 내고나니 허탈하다
남동 세무서 정자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등나무꽃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람이 시키는 데로 그네를 탄다
꽃냄새가 없다
초록 그늘에 묻혀서 고개를 들 줄 모른다
여기 정자에 앉지 않으면
꽃이 핀 줄 누가 알까
긴 세월 동안 등나무 아래는 그늘만 있는 줄 알았다
등나무 아래는 바람만 지나는 줄 알았다
오월의 햇살이
수년 동안 등나무꽃을 피워냈겠지만
지금까지 그걸 몰랐다
남인천 세무서 정자에는
오월이면 등나무꽃이 핀다
세금, 어느 이름 없는 그늘에서는 꽃
梁該憬
2014.5.9. 남동 세무서 정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