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16
자박 자박 내리는 봄비를 따라
수종사를갔다.
가는 길에 비는 멈추고
수종사는 한적한 시간속에 머물고 있었다.
수종사 가는 길...
촌막의 기둥이 된 나무에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잦은 봄비때문에 농가에서는 흐믓하겠다
꽃다지도 웃고 봄볕도 웃고
수량이 넉넉한 밭도 흐뭇할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해서
작은 농노를 따라 운길산을 올랐다.
녹색이 완연한 잎과 아직 잎이 돋지 않은 키큰 나무의 대조를 바라보면서
각양각이한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나도 어느새 자연으로 서있는 느낌이다.
묵은 갈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진달래 연한잎 웃는 모습을 보며 걷노라니
숲속에 혼자 들어 있는 것도 모르겠다
연한 살 돋는 것같이 아리한 마음
풀내음이 금방 강물처럼 불어날 것 같은 시간이다.
연등으로 길마중을 하는 수종사
아~ 초파일이 멀지 않았구나
아직 마른가지 천지인 이 산중턱에
오색으로 나부끼는 연등이 밝혀주니
마음이 곱게 밝아 온다.
작은 암자 위에도 웃고 있는 연등
툇마루에 어느 보살님이 내놓았을까
노란 수선화 각기 명찰을 단 들풀
작은 화분에 안겨서 봄볕을 마시네.
겹겹이 쌓은 기왓장이 담장이 되고
저 많은 연등의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 되고
나그네 발걸음의 무게 만큼의 기도가 있고.
이 범종을 차고 나간 소리들
멀리 강을 건너 갔으리라
모든 상념을 털어 버리고 강건너 산을 넘어 갔으리라
난 언제 저 소리를 타고 강건너 산넘어 무념으로 날아갈까.
해탈문을 나서면
탁트인 시야가 눈속에 안기우고
작은 번뇌는 모두 불 태우고 말리라.
복숭아 꽃을 매단 가지 사이로
어둑 어둑 수종사는 잠들고....
나는 또다시 소리가 날아간 쪽을 향하여
발걸음 옮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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