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16.10.16. 정읍 백암산

kyeong~ 2016. 10. 16. 00:06









모르니까


가을비는 추적추적

백암산 붉은 단장 다 씻기겠네

여기까지 왔으니 오르기야 하겠지만

이 비에 산에 오른다는 것은 누가 보나 미친 짓

그냥 있으면 뭐하겠어

아직은 춥지 않아 견딜만하겠지


아직은 설익은 단풍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이거 꼭 올라야 하나

속으로야 어떤지 모르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이 말없이 오르니

그냥 올라야지

길을 모르는데 어디로 가겠어


능선에 오르자 싸릿가지처럼 내리는 비

옷 속까지 결국은 파고드는 습기

갈 길은 멀고 이정표에 눈이 갈 때

상왕봉, 여기가 어디인가

비의 긴장에서 벗어나

안개 천국에 들어섰다

저 부드럽고 웅장한 신의 솜씨에

겸허히 비를 빙자한 망설임을 내려놓는다


길을 나설 때만 해도

기대해 본 적 없는 풍경

안개가 흘러가듯이 천천히 다가서는 수려한 산하

그대여 비가 오는 날도 산을 오르라

망설임은 비가 오는 날의 풍경을 모르니까 하는 거다.


梁該憬

2016.10.16. 백암산 우중산행




삼일전부터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비가 오지않을 확률은 희박하다

갈까 말까

가을비를 맞으면 감기가 걸리고 목이 아플텐데

말을 많이하고 사는 인생이라 목이 아플까 늘 걱정을 한다

백양사 애기단풍도 그립고

사람이 그립고, 무엇보다 걷는 것이 좋은 나는......마음은 이미 백암산에 가 있다.

나서보면 무슨수가 나겠지 싶어서 백암산으로 향했다

쉰 중반을 달리는 나이에 비를 맞고 여자가 산으로 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미친짓이다.

아들이 수능 시험준비를 하느라 힘들어할때에도 이 어미는 쉼없이 길을 나섰는데

비쯤이야...누가 뭐라하면 어때

언젠가 태풍오는 날도 홀로 배낭을 메고 아파트를 나설때

그래도 좀 챙피해서 아파트를 얼른 빠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마음은 비가오니까 안해야된다를 생각하면서도

몸은 마음을 무시한지 오래다.



2016.10.16. 일요일

하루종일 비, 약10키로, 식사시간 포함 천천히 6시간

전남대수련원(남창탐방지원센터)-몽계폭포-능선사거리-백암산 상왕봉-주능선-백학봉-백양사조망대-

영천굴-약사암-약사암계곡-백양사-백양사일주문-백양사주차장


백암산(741m)


백암산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해발 741.2m의 상왕봉을 최고봉으로 내장산, 입안산 줄기와 맞닿아 있다.

백암산에서 뻗어내린 백학봉은 해발 630m의 거대한 바위봉으로 마치 그 형태가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백학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백학봉에서는 백양사와 백양사 일대 계곡의 단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곳은 다른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운 당단풍(애기단풍)이 일품이다.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절로, 백제 무왕(632년)때 창건했다고 전한다.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좌우에 맑고 찬 계곡물이 흘러내려 경치가 매우 수려하다.

가을단풍을 비롯하여 일년내내 변화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대웅전, 극락보전, 사천왕문은 지방문화재로 소요대사부도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산과 물 인간의 역사가 조화를 이룬 곳 '전남 장성"에서는 노령의 정기를 담은 백암산의 기암괴석과

천연기념물인 비지나무 숲속의 천년고찰 백양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오색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하순~11월초에 백양단풍축제를 개최한다.

애기단풍의 아름다움과 관광장성의 좋은 이미지를 전국에 널리 알리고자 전국단위의 단풍등산대회와 특색있는 테마로 매년 장성백양단풍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출발

전남대학교 수련원(남창주차장)

전남 장성군 북하면 남창로 421


10시30분쯤 출발


비가오는 탓인지

백암산으로 가는 남창주차장은 한가하다

비가 제법오지만 이 먼곳까지 왔으니 올라야 한다

비가오는 날 산에 가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모르니까.




남창탐방지원센터에서 백암산은 시작된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으며 비교적 완만한 길을 오를수 있어서 힘들지 않게 백암산으로 진입하게 된다.

만약 백양사에서 들머리로 잡으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기때문에 많이 힘들다.



백암산 하면 단풍인데

아직은 푸르디 푸른 숲

비는 오고 단풍놀이철인데 푸른숲을 걸어야하고...

그냥 산속에서 비속에서 힐링한다고 생각하자고...더 많은 것을 얻을려고하지 말자고 무심히 오른다

모두 비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오른다.




이렇게 너덜오름길도 있지만

생각보다 편하고 오르기 쉬운 길이다.


이쯔음에서 몽계폭포가 가을단풍과 어우러지면 멋지다는데

비가오니까 모든게 귀찮고 단풍이 없는 것에 핑계를 대며 몽계폭포를 그냥 지난다

아마도 몽계폭포가 궁금해서 다시 백암산을 찾지 않을까



잎은 한없이 푸르지만

나무다리에는 낙엽이 많다

가을이 오긴 오는가보다

낙엽과 단풍을 확인하고서야 가을임을 인정한다.



능선사거리

약2키로쯤 걸어오르면

사자봉과 백양사, 그리고 백암산의 최고봉 상왕봉으로 가는 안부가 있다

여기서 사자봉은 생략하고 상왕봉으로 오른다.

상왕봉과 백학봉 그리고 백양사로 가는 것이다.



12시 조금 넘어서...너럭바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비닐포장을 치고 점심을 먹었다

비가오는 날에도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온 따듯한 정성을 즐겁게 먹었다

식사후 멀리 가까이 사자봉을 한컷찍고...



상왕봉으로 가는 길

능선에는 가을이 오긴 오고 있다

단풍잎을 만나자 비가 오든 말든 그때부터 반갑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회색인 산속에 붉은 단풍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비를 맞아 물기가 가득한 단풍잎...



안개가 짙다

어디가 어디인지..

그래도 이 바위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식사를 먼저 하고 미리 서둘러 올라와 한참이나 백암의 기를 마셨다

조금후 안개가 걷히고 ....백암의 풍광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자봉이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상은

앞이 잘 보이다가 안보이다가

잘 아는 것도 안개숲이고

잘 모르는 것도 아는듯이 가게 되고

그게 지금까지 삶이다.



새색시처럼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하는 잎새들....

물기가 있어서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렌즈에 담기만 했다.



상왕봉을 지나....앗  이게 뭐야

백암산을 지키는 노송

바람이 거세었었나

아님 백양사를 바라보는 것인지

허리굽힌 소나무...

비가 오더라도  바람이 불더라도 여기서 어찌 아니 쉬어가리



비는 내리고

안개는 하늘로 오르고

비와 안개가 궁합을 이루는 풍경

이런풍경을 모르니까 비오는 날 산에가는 것을 미친짓이라고 하는거다

이런 풍경이라면 비맞고 걸을 만하다

처음에는 아니보여주다가 서서히 백암산의 모든것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백암산과 안개와 소나무

이렇게 절묘한, 그리고 겸허함이 느껴지는 풍경을 보았는지요

마음을 낮추고 산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게 한다.



700고지 백암산

지리산이 부럽지 않다

산굽이굽이 안개가 감아도는 풍경

렌즈에 비가 들어가 사진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마음속에 긴시간동안 저장이 될만한 풍경이다.



상왕봉에서 백학봉으로 가는 길에는 헬기장도 있다.

그냥 참고용오르 찍은것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양옆으로 감아도는 안개천국

비가와도 신명난다

천국을 얻었다

빗속에서도 우린 천국을 걷는 것이다.




백학봉

백암산에서 뻗어내린 백학봉은 해발 630m의 거대한 바위봉으로 마치 그 형태가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백학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백학봉에서는 백양사와 백양사 일대 계곡의 단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곳은 다른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운 당단풍(애기단풍)이 일품이다.



백학봉근처 바위뒤로 빼꼼히 내민 붉은잎

아기처럼 귀엽다





백학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풍경

비에 안개가 눌릴만도 한데

부드러운 저 풍경이 비를 헤치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백양사 조망대



안개속에 백양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깊고 아늑한 곳에 들어있는 백양사

오늘은 비가 오고 산행이 지체하여 들지 못하고 그냥 간다

언젠가 백양사사찰 탐방을 위해 각별히 다시 오리라.

그땐 아마도 애기단풍이 빨간손바닥을 내밀고 있겠지



백양사 전망대에서 다시 한번 백양사를 바라보고....



다시 가파른길을 내려서는 길에 붉디 붉은 단풍잎이 멀리서 온 손님께 인사한다

그래도 이 단풍이라도 만났으니 아쉬움이 덜하다

백양사 애기단풍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다

새파란 잎만 보고 가는 길...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속으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몇장안되는 단풍잎

보일때마다 앵글에 담아본다.



여기 절벽은 꼭 봄인듯

봄에서 여름이 오고

가을에서 겨울이 오고

겨울에서 봄이 오듯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없기 돌고 돌아가는 계절


가을이 곧 봄이요

봄이 곧 가을이라

우주는 하나....



이제 백암산 마지막 내림길을 가며 보이는데로 찍어본다.



바위를 움켜쥐고 살아가는 바위

백암산 길목을 지키는 지킴이 같다.



영천굴 약수

비가와도 길은 멀어도 할짓은 다한다.

영천수 한사발 마셨으니 내몸속에 나쁜기운은 모두 물러갔으려나....ㅎㅎ


약사암

스님의 수행공간이라 들어갈수 없다.




누구를 위한 깃발인가

비에 젖어있는 깃발

소원이 비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카메라가 드디어 비를 너무 맞아 할일을 못한다

색을 못낸다....난감....



핸드폰으로 찍은 천진암

비때문에 사람들이 없다

덕택에 한가한 암자의 풍경ㅇ



비도 오고 산행시간도 지체되어 백양사 경내는 들어가지 못하고

백양사를 바라보며 주차장으로 가는 길

백양사앞 호수에 애기단풍이 길게 목을 빼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 이곳에 비친 반영이 국보급이라는 ....

그래서 다시 또 오고 싶은 감명을 깊에 받게 되는 곳이다.



옛날을 생각하며 ....

이곳에 오는 사람들 유년을 생각하며 한번씩 해보게 되겠다.



백양사 쌍계루로 건나가는 아치형 다리



저기 돌다리를 건너가는 풍경이 가끔 잘 올라온다

맑은 날 반영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욕심내고 싶은 곳이다.


백양사 부도군이 있는 곳의 출입문



'백암산 고불총립 백양사 '이라는 현판이 걸린 백양사 일주문

이렇게 해서 산행은 마무리를 짓고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간다.



백양사 입구 식당에서

산행을 끝내고 술한잔을 하는 시간

밖에는 비가 내리고

백학봉이 올려다 보이고

그냥 여기서 푹 앉아서 취하고 싶은 시간이다.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빗속에 갇히고 싶다.



어느새 날이 저문다

하루가 어쩌면 이리도 금방가는지

걷다보면 하루가 꿀꺽하고 간다

이렇게 하루가 빠르니 나이 먹는것이 어찌 순식간이 아니겠는가

힘겹게 살면 세상이 지겨워서라도 아니갈텐데

늘 산이좋아 걷고 즐기고 웃고 한잔하고....세월이 순식간이지

이밤 지나고...또 일주일 휙 지나면 즐거운 산행과 함께 행복을 마구마구 쏟아내겠지

이세상에 온걸 감사히 여기자

사십에에도 행복했는데 오십에도 행복하고....이렇게 사는 한 육십에도 행복이꺼야


2016.10.16. 비오는 날에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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