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260111.일. 태백산

kyeong~ 2026. 1. 13. 23:33

 

산이 높아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산

1000 고지 이상의 산중에 가장 많이 올랐던 산

눈이 오면 더 좋고

안 오면 한겨울의 바람과 함께 동무한다

산신이 내게 내린 축복인지 극강의 추위와 함께 설경을 보내주겠다고 일기예보는 전한다

눈감고 걸어도 될 만큼 편안한 길과

조금씩 늙어가는 주목나무를 세어보며

느릿느릿 걸어도 정상은 어느새 성큼 다가선다

오를 때마다 하산을 하기 싫어서 바람과 함께 마음이 춤추는 산

사방 어디를 보아도 확 트인 풍경 때문에 열 번을 올라도 잘 왔다고 기뻐하는 산

그 기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새벽길을 열고 3시간 넘게 달려왔다

 





눈에 관한 사유


강원도 산골
늦잠 잔 햇빛이 우묵한 숲을 깨울 때마다
전나무에는 새털 같은 눈이 쏟아져 내린다
지난해 왔다가 이젠 그만 오라고 
폭설을 내려 지웠던 길이
그립다, 가벼운 날개로 다시 찾은 길
사나흘 반기듯이 바리바리 순백
속세를 살다 온 입술로 순백에 다가설 때
눈발은 자꾸 비껴간다
종일 내린 눈은 모든 모서리를 지우고
들어섰던 길마저 지울 즈음
아, 내가 여기 왜 왔더라
아득한 설원 위에 
혀 없이 웅웅 거리는 처연한 바람을 따라
바리바리 피었던 꽃이 날아가는데
그래도 잃어버린 것이 없는
'흰'이라는 무소유

20260111 태백산에서

 

  • 태백산 /1567m
  • 2026.01.11. 일
  • 산행거리:8.7km
  • 산행시간:9시 50분~15시
  • 산행코스:유일사매표소-유일사쉼터-장군봉-천제단-당골 주차장
  • 영하 13도 체감온도 20/풍속 8m/s

 

태백산에서 가장 많이 들머리로 잡는 유일사 매표소

9시 50분 초입부터 쌓여 있는 눈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온몸의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둘둘 감 고나니 눈만 빼꼼하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1km 올라오는데 30분

눈이 많이 와서 눈구경하다 보니 걸음은 거북이랑 속도가 같다

 

 

유일사매표소 ↔유일사 입구 쉼터

설경이 깊은 날

모든 생각은 눈 속으로 스며들어

이 세상은 순백의 시간만 흐른다

 

 

유일사 쉼터  장군봉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순백이다

나무의 핏줄에 흰 피가 흐르고

저 흰 피가 흐르는 나무는 태백산을 문질러 흰꽃을 만발케 하고

계절의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날,

순백의 꽃이 만발한 태백산에 올라

'흰'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소유를 생각한다

 

 

 

장군봉  ↔ 천제단  

최강 한파의 체온을 가진 바람은 온몸을 급속 냉동시키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한다

귀하게 핀 설화를 흔들어대는 바람 때문에

영원한 꽃도,

영원한 아름다움도 없다는 걸 기억하게 한다

정상을 찍고 배터리 방전...

급강추위에 핸드폰은 작동을 멈추고

시린 밤을 지새우며 핀 설화도 등치 큰 바람에 지는 날이다

 

태백 설경의 정점을 찍고 나니

더 이상의 그림을 남기지 않아도 될 만큼 아쉬움이 없다

 

태백은 늘 그립다

겨울마다 찾는 곳

또 올 거니까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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