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이 높아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산
1000 고지 이상의 산중에 가장 많이 올랐던 산
눈이 오면 더 좋고
안 오면 한겨울의 바람과 함께 동무한다
산신이 내게 내린 축복인지 극강의 추위와 함께 설경을 보내주겠다고 일기예보는 전한다
눈감고 걸어도 될 만큼 편안한 길과
조금씩 늙어가는 주목나무를 세어보며
느릿느릿 걸어도 정상은 어느새 성큼 다가선다
오를 때마다 하산을 하기 싫어서 바람과 함께 마음이 춤추는 산
사방 어디를 보아도 확 트인 풍경 때문에 열 번을 올라도 잘 왔다고 기뻐하는 산
그 기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새벽길을 열고 3시간 넘게 달려왔다
![]() 눈에 관한 사유 강원도 산골 늦잠 잔 햇빛이 우묵한 숲을 깨울 때마다 전나무에는 새털 같은 눈이 쏟아져 내린다 지난해 왔다가 이젠 그만 오라고 폭설을 내려 지웠던 길이 그립다, 가벼운 날개로 다시 찾은 길 사나흘 반기듯이 바리바리 순백 속세를 살다 온 입술로 순백에 다가설 때 눈발은 자꾸 비껴간다 종일 내린 눈은 모든 모서리를 지우고 들어섰던 길마저 지울 즈음 아, 내가 여기 왜 왔더라 아득한 설원 위에 혀 없이 웅웅 거리는 처연한 바람을 따라 바리바리 피었던 꽃이 날아가는데 그래도 잃어버린 것이 없는 '흰'이라는 무소유 20260111 태백산에서 |
- 태백산 /1567m
- 2026.01.11. 일
- 산행거리:8.7km
- 산행시간:9시 50분~15시
- 산행코스:유일사매표소-유일사쉼터-장군봉-천제단-당골 주차장
- 영하 13도 체감온도 20/풍속 8m/s

태백산에서 가장 많이 들머리로 잡는 유일사 매표소
9시 50분 초입부터 쌓여 있는 눈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온몸의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둘둘 감 고나니 눈만 빼꼼하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1km 올라오는데 30분
눈이 많이 와서 눈구경하다 보니 걸음은 거북이랑 속도가 같다
유일사매표소 ↔유일사 입구 쉼터
설경이 깊은 날
모든 생각은 눈 속으로 스며들어
이 세상은 순백의 시간만 흐른다





유일사 쉼터 ↔ 장군봉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순백이다
나무의 핏줄에 흰 피가 흐르고
저 흰 피가 흐르는 나무는 태백산을 문질러 흰꽃을 만발케 하고
계절의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날,
순백의 꽃이 만발한 태백산에 올라
'흰'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소유를 생각한다































장군봉 ↔ 천제단
최강 한파의 체온을 가진 바람은 온몸을 급속 냉동시키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한다
귀하게 핀 설화를 흔들어대는 바람 때문에
영원한 꽃도,
영원한 아름다움도 없다는 걸 기억하게 한다



















정상을 찍고 배터리 방전...
급강추위에 핸드폰은 작동을 멈추고
시린 밤을 지새우며 핀 설화도 등치 큰 바람에 지는 날이다
태백 설경의 정점을 찍고 나니
더 이상의 그림을 남기지 않아도 될 만큼 아쉬움이 없다
태백은 늘 그립다
겨울마다 찾는 곳
또 올 거니까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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