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美

오월-등나무, 꽃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네

kyeong~ 2009. 5. 15. 01:09

등꽃 아래서

 

세무서에 갔다

지난 한해, 주머니에 채운 것도 많지 않은데

세금으로 뱉어놓고 돌아서 나오는 길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하늘도 세금 내는 날이었을까

 

주차장 한 귀퉁이

보랏빛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폭포 속으로 들어갔다

소용돌이 속에 실신할 듯이 갇혀버린 시간

혼돈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꽃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등나무

오월의 무게처럼 내리는 비 앞에서

세금으로 빠져나간 빈 주머니에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월에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나는 꼭 이곳으로 오리니

보랏빛 폭포수 아래서

혼돈의 시간으로 갈 것이다

문자메시지에 실을 그대의 이름을 지참하고서.

 

梁該憬

2009.5.11. 남인천 세무서에서

 

 

 

오월의 화신

폭포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비가 제법 많이 오고 있는 날에.

 

 

빗속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으로

한동안 정신없이 빠져 들었습니다.

조금전 세무서 직원의 얼굴은 까맣게 잊고

새로운 세상앞에 빠져 들었습니다.

 

 틈이 있는 곳마다

비집고 내리고 있어요

어쩌면 내가 낸 세금이

꽃으로 피고 있는지도 모를일인가요?

 

 

 저기 마을 사람들은 참 좋겠어요

오월내내 등나무꽃을 보고 있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 잠깐이라도 누군가 손짓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화사한 빛으로

오월의 그리움이 대롱거리고 있네요

 

 

 이 그늘에 몇번인가 앉았다 갔었지만

등나무가 꽃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정말 아름다운 꽃을 가진 등나무님

부럽습니다.

  

 

오월에 내리는 비는 이제 보랏빛 비라 하겠습니다

첫정 드는데 참말로 3초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타리 타리 꽃타리를

조금만 내려 놓으시지

이렇게 많이 내려 놓으니

내가 갇혀서 갈길을 못찾고 있습니다.

 

 오월에 세금을 내야한다면

남인천 세무서 등나무 아래는 늘 제몫으로 예약합니다.

 

아, 만약 그때 이자리에 앉아서

등나무 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문자 메시지를 넣을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