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설의 시간
수천 년의 시간을
모래로 남겨둔 곳에 왔습니다
흩어진 시간을
어떤 이는 영화를 만드는 데 썼고
어떤 이는 석양 앞에 나신을 세우는 데 썼습니다
시침 분침 초침처럼
신도 시도 모도가
지동설을 주장하며 돌고 있습니다.
시침과 분침과 초침 위에 태우고
회전하는 동안
그대는 무엇을 조각하고 있었을까요
그대와 내가 가진 시간의 갈래를
한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천동설을 주장한다면
꼼짝하지 않고 아침과 저녁을
맞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흩어진 모래가 시간의 궤도를 공전하듯.
梁該憬
2009.6.7.모도에서
그대와 나 모도에 왔습니다.
내가 그대의 궤도속으로 공전주기를 맞추고
천천히 다가갑니다.
멀리 시간여행을 할 배한척 장만 해두고서.
온갖 위험이 가까이서
돌고 돕니다.
그렇다 해도
난 눈을 감고 그대를 찾아 평온을 구합니다.
가르키는 방향은 각기 다르지만
아마도 바다는 공통적으로 보았을겁니다.
더러는 감각적인 육체로
우두커니 서있기도 합니다.
다른곳을 향하는 그대를 어쩌지 못하고
어느방향으로 향할까요
그대를 두고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천동설...
나는 늘 그냥 이렇게 있고
세상은 나를 따라 아침과 저녁을 준비합니다.
함께 달려가는 시간
시간의 축위에 올려진 조각들
멀리 바라보고 싶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다가서고 있는지
귀는 그대를 향해 열려있는 것 아시지요?
강렬한 회전력으로 돌아간다해도
우린 이렇게 맞잡고 버티지요
가끔은 서로 수평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마음이 수평이 된다는 것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까요
무심히 지나친 소나무에게도
진보라빛 꽃이 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석양을 만난다는 것은 보라의 꿈처럼 행복한 일인것 같습니다.
너
나
단축 다이알처럼
지정해 두었습니다
너의 굴레속에서
빠져 나올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꽃이 피거나
밀물이 밀려오거나
바람이 분다해도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엄지를 따라
돌아가는 시계가 있습니다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우중의 중심은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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