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지리산의 아침

kyeong~ 2009. 6. 17. 16:27

 

 

 

 

 

 

 

지리산의 아침

 

여느 때처럼 오는 아침이고

해가 뜨는 일이지만

천왕봉에 다다르기 전에

해가 날아오를 같아

운무로 장막을 친 새벽을 따라

1,900미터의 고도를 향하여 걸었다

 

안개의 물살이

산굽이마다 걸쳐있는 새벽을 훑어내고

지리산의 아침을 밝히는 태양

곡예를 하는 운무 때문에

오장육부가 폭풍이 들이닥친 것처럼 일렁인다

여기서 죽어도 좋은 아침이여!

일출이여!

 

저 햇빛을 타고 오르내리는 구름처럼

천왕봉에서 널뛰는 영혼이 되고 싶다.

이 세상과 해야 할  이별이 있다면

그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유예를 할 것이다

황량한 가슴을 널뛰는 영혼을 향하여

빗장을 풀게 하리라

 

기별 없이 오른 고도에서

안개의 입자로 응결하는 육체를 느끼겠다

핏줄은 분산하여 태양을 물들이고

영혼은 천왕봉을 안고 춤을 추는 안개여라

그와 대기권 탈출을 꿈꾸는 별이어라

유배된 사랑을 해탈하기 위하여.

 

梁該憬

2009.6.14.지리산 천왕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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