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에

kyeong~ 2009. 12. 3. 00:28

 

산을 오르는 동안에

 

 

출근하는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난 여자가

산을 향하여 대문을 나서자

비가 앞질러 걸어간다

 

가을이 떠난 자리를 걸을때마다

마른 잎의 걸음이다

낮은 곳에 있는 것은

가슴을 비비며 살아간다

산길 옆으로 흩어진 돌 무리가 그렇고

엎드려 있는 마른 잎들이 그렇고

겨울이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여자의 마음이 그렇다

 

북한산을 수없이 올라도 길을 모르겠다

날마다 아침을 맞고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면 생소한 아침인 것처럼

낯설지만 아무렇지 않게 오른다

비를 움켜쥔 나뭇잎처럼 고개를 숙이고

산을 오르는 여자

속마음이 하얀 뼈처럼 드러나기 시작한다

 

슬그머니 찾아드는 안개

가파른 길에 매달려 있는 나무들

더듬더듬 느껴지는 동행인의 영혼

아까워서 뜯지 못한 그리운 이의 마음

이런 모든 것에게

하얀 뼈가 드러날 때까지 속마음을 내어주고 싶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梁該憬

2009.11.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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