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海

묵호- 고향은 소금간만 한 밀가루 빵같은 것

kyeong~ 2010. 4. 3. 13:42

바닷가에서

 

 삼척에서 산 날보다

인천에서 산 날이 두 배나 길다

가슴과 장腸이 답답해서 미칠때

바람난 여인처럼 떠나고 싶다

 

파도가 일렁이는 곳으로 밀려와

발로 파도를 툭툭 찬다

연동운동을 하는 파도

소화하지 못한 인연 때문에

신발이 언제 젖었는지 모르게

유난히 파도가 높다

파도가 서서히 잦아져 갈 때

요동을 치던 장이 숨을 죽인다

표류하는 '사랑한다는 말'

다음번 이곳에 올 때는 쏟아낼 수 있을까.

 

梁該憬

2010.4.2. 동해에서

 

 

 

 

 

 

 

 

 

대형마트에 가면 빵을 많이 사온다

빵을 살때마다 꼭 사오는 바게트빵

아이들은 먹지 않지만

말라가고있는 빵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다보면

제법 단맛도 나고 부드러워진다

바게트 빵맛같이

오래 오래 생각하는 고향에 왔다.

 

잊혀져간 고향의 벗처럼

예전등대는 어디로갔다

단장한 등대가 있고

눈에 익은 시가 있지만

낮은 하늘 아래로 부는 바람처럼

쓸쓸하다

너무나 쓸쓸하다.

 

어릴적 바라보고 지내던 바다라도 봐야지

골뱅이처럼 빙글빙글

전망대로 올라갔다.

예전 이마을을 오를때에도

이렇게 구불구불 올라왔었다

그머스마가 놀던 마당을 훔쳐보면서 말이다.

 

 

작은 창으로 바다를 보았다

천천히 일렁이며 떠다니던 어선대신

휘리릭 지나간 배가 보이고

지붕이 바다에 닿을 것 같은 어촌 집이

붉은 지붕을 가진 집이 들어섰다.

 

저기 저자리에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살던 어촌마을

옆집과 옆집사이가 한뼘정도

바다에 같이 나가고

꼬불꼬불한 길을 같이 오르고

옆집과 우리집에

누워있는 너와 나

꼭 한지붕아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낯설지 않은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여기서 낯설게 와 닿았다

나의 그리움을 가져간 것들

 

 

도시에서 살다가

바다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아이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 오자

파도처럼 높이 뛰어 오른다.

조카, 너는 지금을 기억하면 되겠지만

나는 너만했던 그때를 잃어버렸단다.

 

조금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 저런집이 였지

함석집...

오징어나 명태를 말리던

나무기둥이 있었고

작은 텃밭을 일구어 붉은 상추를 심어먹던 마을

봄눈이 지나간 흙위로

파란 싹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먼산에 쌓인 흰눈은 언제 녹으려나.

 

 

살짝 허리를 굽혀 드나들었고

토굴같은 저속에서

벗들과 모여앉아

킥킥거리고 웃던 시절이 있었지

유년의 그리움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저 함석집도 잘 버티고 있었으면 좋겠다.

 

소금 냄새가 나서 좋다

비릿한 냄새가 나서 좋다

세월이 가고

아파트가 들어서버린 마을

시로 승격했다고 둥둥거린지 30여년

그래도 도시냄새가 나는 것보다

소금냄새가 나는 것이

나는 좋다.

 

 

어릴적에

저것처럼 빨간 자전거는 아니지만

짐바리 자전거 뒤에 타고

이등대마을까지 왔었다

그리고 저렇게 세워두고

바다를 보면서 놀았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보는 마음

어릴적 생각들이 전부 굴러가는 것같다

자전거가 굴러가는 빠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