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 바닷가
신두리 바닷가를 걸었다
이끼가 자라는 시간처럼
흘러오는 안개
몇 시간째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그리운 이가 없어
모래 위를 걸어가는 발걸음은
무가당 껌을 씹는 이빨 같다
모래 언덕에 멋대로 누워있는 풀들
이름 모를 작은 새
장난질하는 불가사리와 조개
신두리 바닷가에 오는 것들은
제멋대로 왔다가 가는 것들뿐
모래에 박힌 발자국을 보면 안다.
梁該憬
2010.2.28.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를 다녀와서.
해당화 피고 지던 곳
신두리 바닷가에
어느날 갑자기 왔습니다.
오자마자 명화를 만났습니다
이 대단한 바람의 붓질 앞에
한참동안 시선을 옮기지 못하고 머물렀습니다
대단한 값을 지불한하여도
이런그림 얻기 힘들죠
신두리 해안으로 온 이유는요
여기 보이는 해안사구때문이죠
천년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사구
혹여 북서풍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놓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안고 왔습니다.
모랫결이 생기긴 했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척박한 모래에서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겨울은 어느날 문득 오고
봄은 소리소문없이 온다구요
이 모래땅에도 봄은 서둘러 오고 있더라구요
드문 드문 촉을 틔우는 봄
갑자기 설레더군요
바닷가에서 봄을 느껴보기는
정말 처음이거든요
저 앙칼지게 살아온 식물에게도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봄은 어디든 오겠죠?
꼭 저 가시돋힌 식물에게도 오리라 믿으면서.
제멋대로 누워 있는 풀들도
이젠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야겠어요
언젠가 큰 파도가 왔었나봐요
여기까지 밀려오신 걸 보니
바다로 아니 돌아가시고
새파란 청춘을 바라보고 있으렵니까?
저기 나무말뚝은
이 사구의 보호병인가요?
바람 한점에도
파도 한줄기에도
금방 무너질것 같지만
무너지면서 다시 만들어지고
그렇게 천년기념물이라는 이름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바닷가에
조용히 서있는
나무말뚝의 대열
흔하지 않는 풍경앞
우리도 말뚝처럼 서서 바다를 한없이 바라볼까요?
바람이 칠해 놓은 것인지
파도가 칠해 놓은 것인지
진하지 않는 숨결이 참 좋았어요
엄청나게 넓은 가슴을 가진 신두리 바닷가
이끝에서 저끝까지 걷노라면
아마 하려던 이야기가 바닥이 나서
나중에는 그냥 조용히 걸어가기만 할걸요
안개처럼 말도없이...
아...이제는 집으로 가야하는데
나는 자꾸 바다에 취해버립니다
예정된 시간을 모두 써버렸지만
제멋대로 이바다에 빠져갑니다.
만약 안개가 걷히고
이 파도의 발자욱에
햇빛이 비친다면
난 머드팩하는 자세로 여기에 누워버릴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같은 높이에 있을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이뻘에 누워서 그들의 언어에 귀를 대고
이야기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안개속 저남자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갈까요
바람의 고향을 물어본적 없듯이
바람속에 만난것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지 않을 겁니다.
세상의 언덕을 넘고 또 넘어
광야를 향하여 길을 갑니다
어느 바닷가
어느 바람앞에서 우리 만날지 모르지만
신두리 바닷가에서
제멋대로 놀다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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