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봉숭아 꽃물처럼 붉지만
노을이 하도 예뻐서
삼일째 머뭇거리는 발걸음
들썩거리는 심장이
노을가로 끌고 갔다
인공섬을 짓는 철골 사이로
모티브를 이은 것처럼 내려앉다가
인천대교 교각 위를
봉숭아 꽃물처럼 붉게 물들였다
8월의 저녁 7시는 노을에 취해서
바다 밑으로 쓰려져 가고
과하게 취한 심장은 그만
그리움을 불러오는 것을 잊은 체
노을빛을 물들이고 있었다
모티브처럼 이어져가는 시간
멈춘 듯 흘러가는 바다 위의 시간
세찬 빗발같이 곤두박질을 치던 시간이
노을 속에 몸을 푸는 동안
사실 아무런 그리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들은
그립다 그립다 말하지 못하겠다
봉숭아 꽃물처럼 붉다 해도 모든 것이
그리운 것이라 말하지 못하겠다.
梁該憬
2009.8.14.송도에서
하필 노을이 지는 시간에 이곳을 지나다니
해야 할일을 잊고 난 이곳에 멈추고 말았다
멀어질수록
작아질수록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습들
사라져 가는 것임을 안다
사라져 간다 해도
슬픈 그늘 하나 없이 사라져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추억처럼 내민 섬들
내 기억속에 자리하지 않은 것이지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상일이 그리운것만 기억하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것 같다.
누군가 내게 왔다가 떠날 때처럼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난 석양을 만나면 사라질때까지 그자리에 서있게 된다.
저 긴다리를 건너가는 석양
아직도 석양이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석양은 사라졌지만
그빛은 아직도...
뒷모습이 남긴 빛이라도 곱다.참 아름답다.
꽃이 아니라도 봉숭아 꽃물처럼 곱다.
이 철망사이로 쪼개져 왔다가
쪼개져 사라져간 시간들
시간을 이어 붙이고 떼고...
꿈에서도 저 길을 갔으면 좋겠다
석양이 물들이고 간 저 길을.
누구의 등을 타고 저곳으로 건너 갈까
누구의 손을 잡고 저곳으로 건너갈까
햇빛은 떠오를때나
질때나 언제나 찬란하다
영원히 찬란한것은 햇빛 오직 그대
별을 잊고 말았다
하도 예쁜 노을 때문에...
길을 잃고 말았다
하도 예쁜 저 노을때문에.
노을을 찾아 무조건 갔다.
길이없다고 할때까지
벽을 타고 내리는 시간들
유리벽을 타고 내리는 아름다운 빛
나의 심장을 흘러내리는 노을
인공섬을 세우는 철골사이로
노을의 조각들은
시간의 조각들은
서로와 서로를 맛대고 흘러가고 있다.
등뒤에 있어도 아름다운것은
발길을 잡고 만다.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라
숨겨진 세상의 빛들이 그대를 향하여 웃고 있으리.
숲인지 도시인지 섬인지 모르겠다
나는 이미 시간을 잃어 버렸고
심장은 노을에 취해서 비틀거리 시작했다.
곤두박질 친 빗물이 파 놓은 웅덩이에도
아름다운것들이 마음을 주고 간다.
들썩거리는 심장
더이상 건널갈수 없는데
나는 어쩌라고
겹쳐지고 바래고 흐려지는 사이
꽃물처럼 붉은 내 심장은
꽃잎처럼 바다 위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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