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비에게 말한다

kyeong~ 2005. 6. 27. 02:11

비에게 말한다

                초하 양해경

넓은 유리창에
우연으로 만난 빗방울들
분말처럼 흩어진 햇살이
허리를 짚고 일어서기 전에
어서 손잡고 흘러 내리 거라
창에 매달려 있는 일은 바람에게
목을 내미는 일이다
치마끈 동여매듯 새끼줄을 감은

서낭당 나무뿌리가 굵은 핏줄처럼 솟더라도
늙은 머리카락처럼 춤추는 헝겊 위에
볼모로 잡은 고독이 보이더라도
나무를 타고 오르는 일은 하지 마라
서둘러 하늘로 가는 일은 서글픈 일
동맥의 강으로 흘러

바다의 배를 불리 거라
우연을 조련하여 배를 불리 거라 

수평으로 등을 기대어 하늘같이 살다가라




2005.6.28 창가에 머물다 흐르는 빗물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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