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각질 제거

kyeong~ 2006. 12. 30. 23:35
 

각질제거


초하


티비를 보다가

손끝에 닿는 거칠거칠함

발바닥의 각질을 뜯어내려니

생살이 아프다

외면당했던 각질이

놓치지 않으려는 듯 생살을 물고


새의 날개 접은 곳을 빠져나와

나뭇잎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를 훔치고도

아무런 반응 없이 멀어져 가는 오후의 시간들

각질처럼 떨어져 나간 자리에

새살로 솟은 오늘은

벽과 벽지사이에서 형질 전환 중인 풀


새살이라 여겼던 한해가

이틀을 채 남기지 못 한 오후

발바닥에 한 웅큼의

로션을 바르고

부드러운 살이 될 때까지 문지른다.

각질로 떨어져 나간 아픈 시간을 위하여.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할 때에는  (0) 2007.01.23
가난한 내 마음은  (0) 2007.01.23
겨울 포구  (0) 2006.12.28
망해사  (0) 2006.12.12
비는 물든 잎을 물고  (0) 200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