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할 때에는
초하
오만한 빌딩과
요란한 기계음과
말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두고
함께 휘어졌다 발을 뻗는
운명의 평행선 위에
정맥 같은 박자로 달리는 밤 기차
그 위에 쓸쓸함을 얹어 보자
뻣뻣한 나무들을 쿵쿵치고
실눈 뜬 밤 하늘을 잡아 당기다가
터널,터널,터널 끝에서
각혈하듯 소리 지를 때
그것도
극에 달하도록 쓸쓸한 너에 대한 표현이리
평행선의 종점
기차의 새벽은 닫혀진 매표소 창구
쓸쓸함은 너에게로 가는 이정표였을까
아침이 온다면
그 지랄 같은 햇빛의 가시때문에
너를 잃고 말 것 같아
지루함이 고름 같아 질 때
인화지를 뽑아내는 외로운 자화상들
암실은 역시 밤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