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 마음은 초하
연한 잎조차 흔들지 못하는 바람과 같이 먼 길을 함께 걸어서 가면서 꺼내 줄 말이 없는 가슴 참 가난하다
해안선을 그리는 길에서 물끄러미 바다로 파고드는 노을을 본다 뜨거운 것들은 흔들리는 것에게 빠져 들지만 뭍으로 올려주는 것은 조용한 어둠뿐
쿵쿵 거리며 가는 언어들은 가슴으로 가는 길을 번번이 찾지 못하고 줄기마다 옆으로 새는 잎이 될 때 참 가난하다
붉은 노을 한 폭 걸어 주러 가는 길 나서지 말 걸, 나서지 말 걸 하면서도 가고 있네 가슴에서 꺼내 줄 말은 아직도 없는데.
200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