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간월섬(2004.12.17)

kyeong~ 2008. 12. 6. 16:49

1.

간월섬


가긴 갔었는데
할 말 다 못하고
돌아 섰습니다

물길이 열리긴 했는데
마음까지
다 건너지는 못했습니다

그 곁에서
천년을 같이한
바다같이

몇 걸음 건너
허리 굽힌
소나무 같이

물길만
수천번 오고간
조각배 같이

마음만 빙빙
돌다 온
고추잠자리 같았습니다

2.
간월섬



달도 하나
섬도 하나

달이 건너고자 하는 섬은 어디였을까
나는 저섬, 간월섬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3.
간월섬


나는 가끔 그대에게 벗어나
키보다 높은 담을 쌓고
나를 넘보지 못하게 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건너지 못하는 깊은 강을 파고
혼자 유랑하는 섬이 되어 갑니다

저 섬이 나와 같았을까?
폭풍우가 키보다 높이 일던날도
혼자 생각하는 밤을 보냈으리라
강보다 깊은 허공속에서
기도하는 부처를 보았으리라
그 물길 건넜으면서도 머물지 않는
허리 굽힌 초승달처럼
건너 가거든 머물지 말라
수성에 갇히기 전에 서둘러 길을 떠나라
암자의 소리없는 기도를 들었다면.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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