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배추밭
(매봉산 바람의 언덕)
오래전에 거기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한번은 길을 지나쳐버려서 못 갔고
폭설이 내려서 또 지나쳐 버렸다
첫머리부터 꼭대기까지
수만 포기 배추 속에
하나씩 묶어 둔 이름들
명주 올 같은 안개비로 묶어 두었네
안개비가 저리도 곱게 내리지만 않았어도
배추밭 머리의 바람처럼 지나갔겠지만
꼭 천 년을 걸어와서 만나는 영혼들 같아
돌아서지 못하네. 난
안개비 걷히면 천 년의 잠을 잔
명주 별이
배추 속에서 나올지도 모르지.
梁該憬
2010.8.10.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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