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불봉三佛峰에서
경칩이라지만
삼불봉三佛峰 날이 선 바위마다
박혀 있는 얼음
기이한 경관을 따라
부처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걸었다
산은 의미 없이 가는 곳
매일 바뀌는 풍경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자연과 소통하는 일이 아니다
쉬다가 걷고 그냥 또 걸어서
굼벵이처럼 삼불봉을 넘었다
아무렇게나 놓인 바위
제멋대로 발을 뻗은 소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이 땅에 생을 받은 그대여
허공을 향해 생을 쓰는 나뭇가지처럼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보라
무엇이 흘러가고 있는가.
梁該憬
2011.3.6.계룡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