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썰물의 시간

kyeong~ 2014. 3. 11. 23:08

 

 

 

 

 

썰물의 시간

 

물이 빠진 갯벌을 걸었다

물이 빠진 갯벌은 바다일까

육지일까

드넓은 땅, 바닷물에 잠겨 있던 바위까지 걸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에서 바다향기가 나는 걸 보니

바다인 것도 같고

내 맘대로 걸어도 되는 걸 보니

육지인 것도 같다

몇 시간째 밀려나 간 바닷물은 돌아올 줄 몰랐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도

그날 누에섬은

섬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육지였다.

 

너의 마음,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걷고 있을 때

너는 이제 섬이 아니다

파도는 부서져 모래 밑에 잠들고

바다는 숨을 멈추고 고요한 땅

외롭지 않아서 좋다

섬 없는 세상에 놓인 것 같아서.

 

 

 

梁該憬

2014.3.8. 대부도 누에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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