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서
절벽이 아닌 곳에서
깎아지른 바위를 바라보았다
무채색으로 아무렇게나 치솟은 바위를 보고
천혜의 풍경이라 한다
위험천만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풍경이고
절벽을 오르내리는 파도가 풍경이다
길을 벗어나 절벽 위를 걷는다
절벽과 절벽을 지날 때 아찔함을 느꼈다
위험하게 서 있던 소나무의 풍경이 되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게 발을 옮기며
내가 지금 절벽을 걷는구나
내가 걸을 때는 검은빛
길 밖에서는 바닷빛
절벽에 서 있는 너는 풍경
절벽에 서 있는 나는 절벽
梁該憬
2014.4.6.태안 솔향기길에서
솔향기길
2014.4.6.일요일
꾸지나무골해수욕장-자드락팬션입구-용난굴-중막골해변-돌앙뎅이-여섬전망대-가마봉-해먹쟁이-삼형제바위-만대항
총거리:10.2KM(놀며 걸으며 먹고 쉬고 4시간)
솔향기길은 태안반도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이원면 만대항에서 안면도까지 모두 66.9㎞ 구간에 6개의 코스로 조성된 생태탐방로이다 당초 이 길은 2007년 기름유출 사고 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원활한 방제작업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닦은 애환이 어린 작은 길에서 시작됐다. 이후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과 함께 정화된 태안의 힘으로 마음까지 치유하는 매력을 발산하며 전국적인 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제1코스는 이원면 만대항에서 여섬을 거쳐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 이르는 10.2㎞ 구간, 제2코스는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가로림만을 거쳐 희망벽화방조제까지 9.9㎞, 제3코스는 희망벽화 방조제에서 밤섬 나루터를 거쳐 새섬까지 9.5㎞, 제4코스는 새섬에서 청산포구를 거쳐 갈두천까지 12.9㎞, 제5코스는 갈두천에서 용주사를 거쳐 백화산 냉천골까지 8.9㎞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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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바닷길을 걸었다
어제는 안면도 노을길
오늘은 태안 이원면의 솔향기길
어제는 백사장이 원없이 펼쳐진 길
오늘 절벽과 절벽이 이어지는 길
솔향기 길과 노을길은
얼굴이 참으로 다른 길이다
솔향기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며
등에서 간간이 땀이 났다
바다와 절벽이 숨박꼭질하듯 이어지는 길이다
바람이 없어 바닷물이 잔잔하다
날카롭게 서있는 저 절벽이 순하게 느껴지는 봄날이다
인생의 절벽 앞에서
폭팔적으로 살아왔던 삶이 순간 고요해지는 느낌이듯이
주변 소나무가 흔들리고 바다가 일어서더라도
절벽은 늘 고요하다
그 고요가 만들어내는 위험한 풍경
아직은 저 말없는 절벽이 내게는 풍경이라서 다행이다.
여섬
삼형제바위
만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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