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海

송도-너를 만나려고 길을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kyeong~ 2014. 7. 30. 13:03

 

 

 

흔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날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걸어서 또 걸어서

너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웃거나 웃지 않거나

걷거나 혹은 걷지 않아도

지구는 어차피 돌고 있다

나는 동쪽으로 걸어가고

그는 서쪽으로 걸어가면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그렇게 만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약속하고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너를 만나자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어쩌다 송도에서 만나

신문의 한 귀퉁이의 벼룩만 한 기사보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그들은 웃는다

밥그릇 안에 밥처럼

송도에 들어앉아

윤기 흐르는 밥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흔한 이야기에도 웃는 우리는 밤보다 진하다.

 

梁該憬

2014.7.26. 송도에서 친구를 만나고

 

 

 

세상에 태어나

누구와 마주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살아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몇살에 서울을 가고

몇살에 송도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의도하려고 해도 이루어지기 쉽지 않으며

쉽다고 해도 내맘대로 누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래서 세상은 참 재밌는 것이다

너를 만나려고 세상에 온 것은 아니지만

네가 나의 전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전부였던 그사람보다 더 좋은 순간도 있으리라

이나이....박장대소하고 깊어가는 밤을 잊은체

흔한 이야기에도 행복한 밤이 되었던 우리

먼 훗날 이시간을 우리는 꼭 기억할 수 있으리.

 

그대가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어디에서 태어나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모르지만

어쩌다 송도에서 우리 만났는지 모르지만

운명 같은거

숙명같은거

그런것 참 싫고

그냥 살다보니 만났고

그래도 참 즐거웠지

 

제목없는 친구들

무제의 벗

그래서 굴레도 없고

견제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

이런것이 가장 편한 인연이 되는 것 아닌가....

깊어가는 밤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