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사색
애벌레처럼 웅크리다
밤의 껍질을 벗고 나니
마침 월포바닷가에서도 태양이 껍질을 벗는 중이다
태양은 왜 맨날 붉은 것인가
바닷물이 들거나
풀물이 들거나
모래밭을 뒹구는 동안 곰보 자국이 나거나
그렇지만 관념의 해는 늘 붉고 둥글다
껍질을 벗는 것이 아니라
껍질이라는 통로를 지나온 것
무의식을 벗어나 태양을 만났을 때
흔하디흔한 태양이 아니라
천지창조의 깃발처럼 높기만 하다
깃발처럼 솟아오르는 태양 아래서
간이역처럼 머물다 가는 바닷가
또 태양은 붉다
스스로 늪 속에 가라앉아 있지 못하고
떠도는게 운명이고
떠도는 운명끼리 잊을 만하면 다시 만나
잠시 스쳐 가는 사이
저렇게 높이 사라져 가는데
색깔이 무슨 이유가 되겠어.
梁該憬
2016.7.9. 포항 월포바닷가에서 일출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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