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일출사색 (포항 월포바닷가에서)

kyeong~ 2017. 8. 23. 00:10

 

일출사색

 

애벌레처럼 웅크리다
밤의 껍질을 벗고 나니
마침 월포바닷가에서도 태양이 껍질을 벗는 중이다
태양은 왜 맨날 붉은 것인가
바닷물이 들거나

풀물이 들거나

모래밭을 뒹구는 동안 곰보 자국이 나거나
그렇지만 관념의 해는 늘 붉고 둥글다

껍질을 벗는 것이 아니라 
껍질이라는 통로를 지나온 것 
무의식을 벗어나 태양을 만났을 때
흔하디흔한 태양이 아니라
천지창조의 깃발처럼 높기만 하다
깃발처럼 솟아오르는 태양 아래서
간이역처럼 머물다 가는 바닷가
또 태양은 붉다

 

스스로 늪 속에 가라앉아 있지 못하고
떠도는게 운명이고 
떠도는 운명끼리 잊을 만하면 다시 만나
잠시 스쳐 가는 사이

저렇게 높이 사라져 가는데  
색깔이 무슨 이유가 되겠어.

 

梁該憬

2016.7.9. 포항 월포바닷가에서 일출을 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