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은 꽃술이 없는 까닭에
눈꽃의 색을 흰색이라 한다
햇빛 몇 줌이면 사라지고 마는 저 색을 흰색이라 한다
흰색의 어원은 어디에서 왔는지
꿈처럼 왔다가 가는 유령 같은 색
그래서 흰색은 슬프다
덕유평전을 가득 메운 눈꽃
꽃술도 없이
씨방도 없이
밤새워 번식한 눈꽃들
붉은빛 하나 없이 전부 흰색이다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 만날까
꿈결같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마음껏 발자국을 남겼다
눈꽃을 지날 때마다
투명한 지문이 나이테처럼 찍힌다
흰색의 두근거림이 찬란히 빛나지만
투명한 나이테를 가진 저 눈꽃은
꽃술이 없다
이 두근거리는 눈빛을 삼킬 목젖이 없다
그래서 흰색은 언제나 슬프고
덕유산 한 귀퉁이 물빛 지문은 슬픔보다 짙다.
梁該憬
2018.1.13. 덕유산에서 눈꽃을 보며
겨울산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설산, 덕유산
산을 오르는 사람이면 덕유산을 안가본 사람이 있을까만은
겨울이면 덕유평전을 가득메운 흰꽃의 찬란한 잔치가 그리워서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여지없이 덕유산행 버스에 오른다
그렇게 오르고도 하얀 숲속의 살결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첫사랑처럼 두근거리며 걷고 싶은 것이다
저골짜기 이골짜기 번식력좋은 눈꽃이 피어나고
산을 좋아하는지 풍경을 좋아하는지 모를 나는 덕유산에 넋이 빠진다
나의 덕유산행 나이테는 20년
매년은 아니더라도 덕유산에 길을 내고 다닌다
덕유산 일정을 앞에두고 연일 눈예보가 터진다
아마도 덕유산으로 가라는 신의 예시
그 손짓을 따라 하얀천국을 오르는 기쁨,
모르는 너에게도 말을 건네고 싶은 시간이다
설천봉에서 동엽령 까지 대략5키로, 두세시간의 행복이
그 겨울행 터널을 기쁨으로 인도한다
흰색의 세상에 정지하여 다른세상으로는 가지않을 것 같다
귀옆머리 희끗한 나이에 순백의 세상앞에서 말의 심장처럼 뛰는 혈액들
솜털 끝까지 행복한 시간이다.
문득, 어떤이가 집을 팔아서 전세집을 얻고 남은 돈으로 세상밖으로 여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순백의 세상같은 황홀함에 빠져들었으리라
어쩌면 덕유산이후, 부동산에 전화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전세집은 몇평짜리로 갈까......
지구 반의 반바퀴도 못돌 자금을 놓고....망설이겠지
2018.1.13.토. 덕유산, 춥고 흐림, 적설량 많음
인천 6시 출발-무주리조트 10시도착(겨울에는 입구에서 차 밀림)
산행코스:무주리조트-곤돌라(11000원, 인터넷예매가능)-설천봉(1524m)-
향적봉(1614m)-중봉(1594m)-백암봉(1503m)-동엽령(1320m)-안성매표소(650m)
산행거리;9.5km
산행시간;11시-5시(사람이 많아서 지체, 점심시간 포함)
10시쯤 도착한 무주리조트 풍경
연일 내린 대설때문에 적설양도 많고 추운 날씨지만
정상은 안개속이다.
인터넷으로 곤돌라표를 예매하여 기다림없이 탑승하였다.
주소
주소-전북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
지번주소-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1299-1 (지번)
- 전화 -063-322-9000
- 기타-주차 가능, 예약 가능
- 웹캠이 설치되어 있어서 실시간 무주리조트 보기를 할 수 있다.
- 무주덕유산리조트 www.mdysresort.com/
- The Best Choice - Deogyusanresort
인터넷으로 예매한 곤돌라 탑승권과 타고간 곤돌라
곤돌라를 15분정도 타고 설천봉에 내렸다
설천봉과 향적봉은 안개로 가득하다
설천봉은 바람이 불어서 제법 추웠다.
관광용 곤돌라가 있어서 사람으로 북적이는 설천봉이다
(레스토랑과 화장실 있음)
여기서 향적봉까지는 600m, 초입부터 눈꽃터널을 지나는 황홀지대이다.
건물이며 입간판이며 상고대가 가득하다
사람이 많아서 표지판 찍는것도 쉽지 않다
비스듬이 겨우 찍었다.
하얀나라에 입장한 이방인들
흰색말고 다른색을 생각할수 없는 나라
백색인종이 되려고 두려움없이 하얀나라로 들어간다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세상
무진기행을 하는 사람들
가상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눈꽃세상은 가상의 세상같은것
있다가도 금새 사라지는 꿈같은 세상
설천봉을 여전히 지키는 주목나무
안개때문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잊고 지날뻔 했다.
저 헐벗은 나무가 안개속에서도 태가 멋지다
절대 굽히지 않는 구상나무의 태
나무의 자존심을 가장 많이 지니는 것 같다.
그래서 죽어서도 천년을 서있을수 있나보다
오리무중같은 세상을
신세계로 접어드는 듯 초입부터 행복한 사람들
얼마나 고되고 바쁘고...
그래서 세상을 덮어버린 저 눈이 고마운 것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600미터
완만한 길에 전망대까지 있어서
산을 잘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높은 고지의 맛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그때 그나무
여전히 반기고
서로 반기는 세월이 얼마인지
앞으로 또 얼마나 서로 반기며 알아볼지
설천봉을 내려다보았지만
스키장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앞에 보이는 풍경에 만족하며 눈꽃터널속으로 입장~!!
대단한 추위와 대설이 지나간 풍경
어떤해는 겨울이 없어진듯 눈꽃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행운이다
빈틈없이 꽉찬 눈꽃 절정이다
대설로 통제와 해제를 거듭하다가 다시 입산허가가 떨어지고
주말을 맞아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빨리 갈 수도 없고
빨리 갈 필요도 없다
순간의 풍경이 얼마나 고귀한지 많이 느끼고 담아야 한다.
바람의 걸작품
상고대이다
바람은 텅빈곳에 절대 머물지 않는다
앙상한 나무에 바람의 흔적을 그렸다.
향적봉 정상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돌표지석에는 줄을 서야 한다
차가운 바람속...그옆 표지판에서 한컷~
덕유산(德裕山)
높이 1,614m이다.
소백산맥의 중앙에 솟아 있으며 북덕유산이라고도 한다.
주봉인 향적봉과 남덕유산을 잇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이다.
이 능선을 따라 적상산·두문산·칠봉·삿갓봉·무룡산 등 높은 산들이 하나의 맥을 이룬다.
북동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원당천은 계곡을 흘러 무주구천동의 절경을 이루며 금강으로 흘러든다.
1975년 2월 덕유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표적 경승지는 나제통문에서 북덕유산 중턱 아래 백련사에 이르는 무주구천동이다.
33경이 있는데, 나제통문·가의암·추월담·수심대·수경대·청류동·비파담·구월담·청류계곡·구천폭포 등이 있다.
봄 철쭉, 여름 계곡, 가을 오색단풍, 겨울 설경의 아름다움이 유적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천동에서 백련사까지 등산로가 나 있다.
[Daum백과] .
향적봉 정상은 암석으로 이루어져있다
혹여 실족사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휀스가 있다
대부분 아래 표지석에서 인증샷으로 끝나지만
나는 꼭 이 정상 꼭지 부분을 밟고 내려간다
이곳에서 조망이 좋은데 오늘은 모두 아웃이다
그저 눈꽃에 충실하며 하루를 보내야 할듯 하다.
여기서 동엽령까지 4.3키로
바로 아래 대피소에서 식사를 하고 이제 중봉과 백암봉으로 이루는 덕유평전의 눈의 나라를 제대로 느껴볼 참이다.
길도 좁은 외길
향적봉 대피소에서 점심도시락을 먹어야 하는데
산행하는 것보다 대피소가는 것이 더 힘들다
여기도 체증이다
도시사람들은 체증을 많이 겪고 살지만 그래도 산에서 만큼은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
대피소에 몰려있는 사람들
정말 많긴하다
모두들 바람도 막아주고 안전한 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할 모양이다.
화이트트리~ 산상의 크리스마스같다.
나무의 재탄상을 연출한 것 같다.
덕유산에 오니
설원위의 화장실마져 그림이다
지금 그림아닌게 없다
앙상한 저 작은 나무에도 눈이가는 세상이다.
식사를 마치고 중봉으로 가는 길
말이 필요없다
순백의 세상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져 눈으로 눈으로~
덕지덕지 입은 상고대
바람과 눈의 걸작품
풍경 볼세라
후려치는 바람때문에 따가운 볼을 워머로 가리랴
이만한 걸작품을 보는 통행세같은 바람
밀가루입힌 튀김같다
나무튀김?
말되나...하하ㅏ하
나뭇가지 튀김...풋~
저 많은 눈과 바람과 비에도 버티는 주목나무
고산의 매력이 아닐까
이 고지의 바람에도 꿋꿋한 주목나무의 정신
눈으로 명성이 난 산은 이렇게 고목이 많다
태백산주목처럼 시멘트기브스를 하지 않아서 좋다.
고목아래 진화하지 못한 유색인종들
그래서 그들은 여기서 영원을 꿈꾸지 못한다
중봉 전망대
이일대가 여름에는 원추리 군락지인데
그들은 지금쯤 단잠에 들었으리라
이 한파를 겪었으니 그 자태가 어찌 곱지 않으리
아름다운 순간을 덮고 추위와 바람과 공존하느 중~
이렇게 바람이 거치니
키큰 나무는 살고싶지 않겠다
오밀조밀 고만고만한 나무들끼리 의지하고 산다
할아버지 옷고름 같은 길
덕유평전에서 비로소 움켜쥐었던 어깨를 펴본다
덕유평전의 넉넉하고 끝이보이는 길
이길을 따라 남덕유까지 걸었던 아~ 옛날이여~
걷다보니 사람들과 떨어져있고
순간 혼자이면서 다시 행복했던 순간이다
높은 고지의 길에서 내가 보인다
길이 언제 끝날까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 고민없는 순간이 나를 위한 가장 멋진순간이기때문이다.
터널~
길위에 있어도 그것은 언제나 터널이다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정해진 그 길로 가는 것은
터널과 다를바가 없다
터널이란 언제나 목적지를 향한 단축된 길
그래서 끝남이 있고 다시 길를 찾아 나설 생각을 하는 것이다
너무 긴 길과 아무렇게 가도 되는 방임 그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로 가는 길이다.
터널은 곧 절제를 의미한다
그 절제때문에 길은 끝나고 다시 꿈을 꾸는 것이다.
면발굵은 국수를 튀긴것도 같고
산호초 같기도 하고
홀로 걷다보니 생각이 엉뚱하다
하얀색은 어디서 왔을까
하얀색을 무색이라 할 수 있을까
무형의 색이라 할 수 있을까
수없이 사라지고 다시 돋아나는 흰색~
찰라의 색이라 하고 싶다.
백암봉 송계삼거리에 구급함이 있다.
어느해 여름 여기서 폭우를 만나고 송계사쪽으로 힘겹게 하산했던 날이 떠오른다
폭우때문에 길이 사라지고 어떻게 하산을 했는지 참 급박했던 날이 있었다
발에 물집이 무지하게 잡혔던 악몽같았던 그날이 있었음에도
나는 덕유산에 또 왔다
그리고 흰색의 잔치에 마음을 다 뺏기고 있다.
송계삼거리 이정표
백암봉을 두고 동엽령 방향의 계단을 내려간다
눈이 많아서 계단의 기능을 잃었다
체인아이젠이 제기능을 못한다
미끄럽게 밀려 내려간다
눈꽃 설화 상고대등등...
덕유산의 장식물이다
이거든 저거든 환장하게하는 덕유산의 매력
그래서 겨울산행을 산행의 백미라고 한다
낮은 하늘이 조금씩 높아져간다
그래서 조금씩 골짜기도 보이기 시작한다
설화 가득한 곳에서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덕유에서는 원하는 풍경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휙~ 돌아가지도 않는 길
급하게 서둘러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길
그래서 덕유산의 발걸음은 언제나 느리다
동네산을 조금이라도 타본 사람이라면 편하게 다가설수 있는 산이다.
기세좋은 바위도 없고
높으면서도 높다고 자랑하지 않는 유순한 덕유산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조금씩 사라지고
안성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큰나무가 없어도 저기 아스라이 보이는 마을을 보니
큰산이요 높은 산임을 알 수 있겠다.
송계사 방면의 계곡도 바라보고
송계사쪽으로 흘러내려가는 산줄기들
어디를 보나 흰색이다보니
산의 강인함이라던가
산의 깊이라던가 잘 모르겠다
덕유산을 경계로 두고 송계사쪽은 경상도 거창땅이다
멀리 송계사로 오르는 서정리 마을이 보인다.
걷던 길을 되돌아보는 것
산행의 필수 행동이다
앞으로 보고
뒤돌아보고
혹여 아름다운 길을 못보고 지나칠세라
몸도 바쁘고 생각도 바쁘다.
서정리 마을을 향하여
눈꽃을 넣어서 한방 더~
욕심이 자꾸만 넘친다.
어느만치 고도가 낮아지자 산죽이 보인다
눈밭에 싱그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초록
겨울 한복판에서 왠지 봄을 싹틔우는 느낌이다.
바위도 얼었고 길도 얼었지만
잠시 쉬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향적봉 중봉 백암봉 ~
왔던 길이 훤하게 보이니 스스로 기특하다
이먼땅 높은 곳에서
폭설도 바람도 추위도 모두 벗하며 걷는 스스로가 왠지 기특하다
나를 위해서 토닥토닥~ 흐흣
차가운 바위에 기대어 쉬었던 그곳
다음에 이곳을 지나며 쉬었던 그날을 기억할까
내가 왔던 길
아무리 봐도 좋다
훤하게 보이는 길
인생도 저렇게 훤하게 보이길 소원한다
내가 살아왔어도
다알것 같은 내삶이 자꾸 지워지고 있다.
돌아보는 일을 접고
다시 갈길을 간다
영원한 것이 어디있을까
저 찬란한 눈꽃도
이길을 걷는 나도
함께 걸었던 벗도~
언젠가는 각각의 길에 있으리라
하얀별 작은별을 달고 있는 나무
이 순백의 세상에서 너무 말이 길었던 같아 주책스럽기도 하다
설원을 말없이 걸으며 생각조차도 하지 말고 무아지경으로 걸어야하는데.....
문득 나이들어 말만 늘어가는 느낌이라
지금부터 풍경만 올려본다
덕유산의 설경▼
동엽령으로 하산~
안성탐방지원센타까지는 4.3km
산능선을 걸었던 거리나
하산하는 거리나...비슷하다.
동엽령에서 안성매표소로 하산하면서 보는 풍경▼
칠연폭포로 가는 갈림길
위로 300m쯤 올라가면 칠연폭포가 있지만
안성탐방소쪽으로 곧장 내려가기로 햇다.
칠연폭포
칠연폭포는 일곱개의 폭포와 못이 연이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소와 소 사이를 맑은 물이 완만한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칠연암동 하류에 있는 용추폭포는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기암절벽과 노송, 정자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칠연폭포 아래쪽 계곡 건너에는 조선 말기 의병장 신명선과 의병들이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하여 묻힌 칠연의 총이 있고,
젊은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전라북도 자연학습원이 자리하고 있다.
[Daum백과]
문덕소
칠연폭포 갈림길에서 안성탐방소로 내려오는 중간쯤에 있다
흘러내리는 물도 다 얼었는데
가운데만 얼지 않았다
어둑 어둑 하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겨울 하루 해는 짧다
하얀세상이지만 여지없이 어둠이 밀려든다
아직 하산하지 않은 산우들을 기다리며 산속의 적막을 눈여겨 보고 있다.
늘 꼴찌로 하산하는 나를 기다리는 마음이 이런 것이 었을까
저 길에서 동료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마음
발은 아프지 않았는지
미끄러지지는 않았는지
나보다 더 잘 타는 산우임에도 기다리는 마음은 걱정이 된다
늘 늦은 걸음으로 하산하는 나를 기다리려주는 벗이 고맙기도 하고
그 고마움으로 산우들을 기다려보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만나서 산을 함께 오르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
하늘이 맺어준 귀한 인연이리라.
2018.1.13. 토. by 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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