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 路

20230909.토 대관령옛길&금강소나무 숲길/경포대

kyeong~ 2023. 9. 11. 14:09

해마다 이렇게 더웠던가

올여름은 용꼬리를 달았는지 길고도 길다

구월에도 30도를 웃돌며 더위는 꼬리를 감추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을 포옹하며 익어가는 과실들이야 좋겠지만 

산에 오르는 일을 낙으로 삼는 나는 진이 빠진다

대관령 옛길은 내리막길이니 수월할 것 같아서 길을 나서기로 했다

대관령 옛길은 명승 제74호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좋은 둘레길이다

오래된 금강송과 굴참나무가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한여름에도 볕이 들어설 틈이 없다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걷다 보면 쉼터가 많아서 소나무에 등기 대고 앉아 차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해 질 무렵 옛길에서 내려와 그대로 차를 달려 경포대 바다까지 다녀온다면

그날 하루의 여정은 여행 같은 트레킹이 된다

다른 것 아무것도 못하더라도 금강송의 빼어난 자태 그 옆에 등기대어 하늘을 본다는 것만으로

든든한 내편에 기대선 것처럼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을 보내느라 진이 빠졌으니 내편 같은 소나무에 등을 기대로 떠나보자

 

 

 

2023.09.09. 토. 날씨 맑음 (최고기온 30도)→

  • 서울 사당역 7시 출발-천호역경유-대관령 반정에 12시 도착
  • 트레킹 시간 12시-16시 종료(4시간)
  • 트레킹 코스: 반정→김홍도 그림→신사임당 시 그림→쉼터→금강소나무 숲 갈림길→오르막 1km-금강소나무숲길→
  • →전망대→솔바람쉼터→솔고개→숯가마→솔숲교→삼포암폭포→삼포암주차장→어흘리마을→산림관광 안내센터
  • 트레킹거리:10km
  • 16시 20분 신사임당 뷔페로 이동 
  • 17시 40분 식사종료 후 경포대로 이동
  • 18시 40분 서울로 출발-사당역 22시 30분 도착 후 해산

 

 

 

대관령 옛길은

보통 대관령 옛 휴게소에서 시작하지만

고속도로 정체로 12시에 도착했다 

시간 관계상 대관령 옛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강릉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

반정에서 출발했다

 

대관령은 큰 고개다.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과 함께 백두대간을 넘는 4대령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 지방을 연결하는 길 중에서 가장 이용량이 많다.
아흔아홉 굽이라는 대관령 고갯길은 굽이진 골짜기를 돌고 돌아 오른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강릉의 한 선비가 곶감 한 접(100개)을 지고 과거를 보러가다가
대관령 굽이 하나를 돌 때마다 곶감 하나를 빼먹었다고 한다.
정상에 도달하고 보니 곶감이 달랑 한 개만 남아 있어 대관령이 아흔아홉 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관령 고갯길이 굽이가 하도 많아 생긴 전설로 생각된다.


오늘날 대관령을 넘는 길은 세 가지나 된다.
첫째는 골짜기를 따라 단거리로 개설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대관령 옛길이며,
둘째는 차량을 위해 개설된 신작로가 1975년 영동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확장된 도로다.
셋째는 대관령을 관통하는 일곱 개의 터널 구간을 통해 영동과 영서를 단번에 연결한 고속도로다.
대관령을 넘는 방법이 차량으로 바뀌면서 대관령 옛길은 일찍이 폐쇄되었다.
그러나 차도가 별도의 노선으로 개설되면서 도보로 올라야만 하는 옛길은 다행히 옛 모습 그대로 남게 되었다.

첫출발부터 강릉을 향해 내리막길이다

바라만 봐도 시원함이 들어있는 숲길을 천천히 내려선다

 

공업지대가 없는 강원도는 어느 산길을 가더라도 청정의 보고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하루종일 걷는 것만으로도 폐부 깊숙이 청소를 하는 날이다 

 

 

 

김홍도(金弘道)의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에 들어있는 대관령(大關嶺)

김홍도는 1788년 어명을 받고 금강사군첩을 만들면서 대관령 그림을 남겼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퉁이 한편에 대형화폭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숲 갤러리에 들어온 건가?

대관령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흐릿한 흑백그림으로 전시회 두었다 

김홍도(金弘道)의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

금강사군첩은 단원 김홍도가 정조의 명을 받고 그린 60폭의 진경산수 화첩이다
정조는 바쁜 국정으로 인해 가볼수 없는 금강산을 그림으로나마 보고자 하여
신임하던 김홍도를 보내 금강산을 그려오게 했다
김홍도는 관동팔경과 금강산을 여행하며 모두 70폭의 진경산수를 화첩으로 그려서 정조에게 바쳤다

이중에 10폭은 흩어지고 1첩에 12폭시 5첩의 화첩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출과 바다를 상징하는 색깔의 강릉바우길 리번

 

대관령 옛길에서 바우길 리번을 만난다

강릉시 일원을 정비한 둘레길이 바우길이다

바우길도 하도 많아... 이름을 다 알 수는 없으나

이 길은 '올림픽 아리바우길'

 

 

 

도무지 여름이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숲

초입은 단풍나무길이 이어진다 

초록초록으로 살랑이는 길이다 

숲이 우거져 있다 보니  시원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강릉 하면 신사임당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림과 시에 능한 신사임당의 시를 대형화폭으로 세워둔 곳이다

 

 

신사임당의 시 踰大關嶺望親庭(유대관령망친정)

"慈親鶴髮在臨瀛   자친학발재임영
 身向長安獨去情   신향장안독거정
 回首北村時一望   회수북촌시일망
 白雲飛下暮山青   백운비하모산청"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그림 한 점과 시한수를 읽었으니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어째 새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도 숲에서 쉬고 있는지 너무도 조용한 숲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돌탑이 많다

돌탑의 나라 같은 우리나라

무엇을 빌기에 산길 곳곳에 돌탑을 쌓고 있다 

 

 

 

새벽 5시부터 잠을 설치고 일어났더니

얼마 걷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 

어디쯤 앉아서 요기를 하고 싶은데 너른 터가 보이지 않는다 

 

 

 

옛 선비들이 대관령을 넘나들며 쌓은 건 아닐 테고

누가 이렇게 탑을 쌓았을까

이 길을 올 때마다 걷기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탑을 쌓을 만큼 여유를 갖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근처에 넓은 쉼터가 있어서 요기를 하고

금강송 숲길로 가기 위해 오르막 길을 선택했다

 

 

 

금강송 숲길 안내도

 

 

대관령 옛길에서 금강송숲길로 들어서니

미녀송들이 즐비를 한다

곁가지 없이 곧게 자란 나무를 올려다보니 목이 완전 뒤로 젖혀진다

 

 

 

오르막길이라 힘이 들어서 잠시 쉬는 동안

이름 없는 들풀이다로 남겨본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샛길을 여러 군데 폐쇄한 곳이 많다 

정해진 길만 걸어도 좋은데

보호하는 곳은 가지 말아야지...

 

 

 

여름에 한창 피던 싸리꽃이 

아직도 남아 있다

조금씩 싸리꽃이 지는 계절에 금강송 숲길을 왔다 간다

 

 

 

이 밧줄을 보다 보니

문득 이것저것 묶여서 사는 인생이 그려진다

생기 팔팔하던 시절에는 자녀와 일과 그 주변에 갇혀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내려놓고 나니 한결 자유로워졌다

 

 

 

새 며느리 밥풀꽃과 이름 모를 풀

 

 

대관령 옛길과 금강송 숲길 갈림길에서 

오르막을 한참이나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km 올라왔다

조금만 올라와도 덥고 힘들고...

여름은 기운을 참 많이 빼앗아 갔다

 

 

본격적인 금강송 숲길

병풍에 그려진 소나무 같다

빼곡하게 몸매를 자랑하는 소나무숲에서 잠시 땀을 식히는 시간이다 

 

 

하도 훤칠해서

키자랑하게 세로컷

 

 

다시.... 소나무 사이로 갈길을 재촉하며...

 

 

대통령 쉼터 전망대

노무현 대통령이 쉬어갔다는 전망대이다

강릉 시원하게 내려다보는데

옆에서 빼어난 소나무 한그루 같이 내려다본다

 

 

대통령 쉼터를 전망대 모습

 

 

코스가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

느긋하게 터덜터덜 걷기 좋다 

 

 

등골나물과 마타리

 

 

금강송정

 

 

야영장으로 내려가게 되면 아스팔트 구간이 나타난다

우린 숯가마 방향으로...

내려가면 모두가 만나는 길이다 

 

 

작은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에 손을 잠시 씻고..

손만 씻어도 온몸이 개운해지는 시원함이 전해져 온다 

 

 

대통령 쉼터에서 내려와 솔숲교 방향으로....

 

 

소나무가 많은 곳이라서 숲가마가 있어나보다 

 

 

 

소나무를 신성시했던 성주신화 안내문 

 

 

 

이곳에서 대관령 옛길로 내려가면 처음에 걸었던 그 길을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 일행은 어흘리 쪽으로 가기 위해 솔숲교 방향으로....

 

 

여기저기 쉼터가 참으로 많다

솔고개 쉼터에서 

예로부터 신성시했다는 소나무의 정기를 다시 한번 느껴본다 

 

 

여기서도 강릉시내가 훤히 보인다 

 

 

 

병조희풀

꽃모양이 종이(조희)로 만든 호리병 같아서 붙여진 이름

 

 

 

가도 가도 소나무 숲길

내리막길에는 미끄럼을 주의하라는 세심함까지 

 

 

 

자연휴양림을 지나면....

 

 

 

솔숲교로 

근처에 오니 계곡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벌개미취

 

 

 

솔숲교

 

 

 

삼포암 폭포

삼단으로 된 폭포

여기서 잠시 양말을 벗고

대관령과 소나무의 정기가 녹아내린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시원한 기운이 참 좋다 

 

 

 

오른쪽에는 거세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며

좁은 오솔길을 따라 어흘리마을로 부지런히 걷는다

뒤에서 느긋하게 걷다 보니 많이 쳐졌다

 

 

 

3개로 되어 있다는 삼포암 폭포 안내문

 

 

 

드디어 산길을 모두 빠져나왔다

어흘리에서 출발한다면 여기가 금강송 숲길 시작점이다 

 

산길을 빠져나오며 차량 15대가량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버스는 들어올 수 없다

 

 

작은 주차장 빠져나와서 

버스를 주차한 곳으로 걷다 보니

대관령의 옛길과 소나무숲길 안내판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메리골드

 

 

텃밭의 고추

 

 

마을길에는 백일홍이 인사를 하고요

 

 

 

배롱나무는 씨앗이 여물고요

 

 

새 3마리를 얹는 솟대도 인사하고요

 

 

 

어흘리 농가 풍경

 

 

 

대형버스를 세울 수 있는 산림관광센터에서 오늘의 여행 같은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10000원짜리 뷔페에서 가자미생선 구이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식당 앞 화단에 핀 핫립세이지

 

 

경포대
강릉에 온 김에 바다를 보고 가자

 

 

가장  멋진 소나무를 품은 대관령 옛길과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경포대를 보고 나니

가장 즐거운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 앉아서 뉘엿뉘엿 저무는 하늘의 구름을 보니

하늘마저 오늘의 여행을 위해 펼쳐진 그림 같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기운이 전해져 오는 걸 보면

아무리 드센 여름이라도 기운을 잃긴 한 것 같다 

길을 나서기 좋아진 계절 다음은 영월에 발걸음 할 예정이다 

 

2023.09.09. 토.  by 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