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궁궐 속을 걸었다
궁중의상을 입고 걷는 것처럼 걸었다
그사람도
황후를 시해했던 칼끝에 말 못하다가
기적같이 환생하여
향원정 둘레에
저녘 그림자를 내며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를일
가죽벽 속에
갇혀 살던 시간을 찢고
심장의 물레를 돌린다
궁궐을 해탈하여
윤회의 시간을 날아 갈
기막힌 인연을 만나고 싶다.
梁該憬
2009.1.25.설날 경복궁에서
향원정, 들레를 한바퀴 돌았다
느린걸음으로 걸었다.
꽁꽁 언 얼음으로 갇혀 있는 향원정
뒷편 어느 한부분 가슴 풀어헤치듯 풀어 놓고
나신으로 자신을 비쳐보고 있었다.
볼이 얼얼하도록 추웠지만 느리게 걸을수 밖에 없는 정취
기적같은 인연이 있다면
여기서 우연히 일어났으면 참 좋겠다.
건청궁,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가 칼끝에서 일어났었고
세상의 눈을 밝혀주던 전기가 켜졌던 곳이다
지금 나의 심장에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났었고
어쩌면 가장처음 밝혀지는 빛의 종류를 만들어갈지도 모를일
나는 늘 문밖에 서있습니다
언제 열어줄지도 모를 분홍빛 문밖에서
꼭꼭 닫혀 있는 구중궁궐안...
차가 밀려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저 담장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담 저쪽에서 기막힌 운명하나 환생하길 기대하면서 ...
멀리서 볼때, 첨엔 이 건물이 경복궁의 대표 건물인줄 알았다
나는 늘 사람이나
사건이나
귀중한 보물을 미리 알아채는 능력이 없어
아주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돌아서 간다.
나무 껍질들이 약이 된단다.
속안에 그려진 나이테를 감싸느라
보드라운 피부같은것은 꿈꾸지 않아야 했던 껍질들
나에게 약이 되어주느라
거친 손길로 살아가줄 그사람은...
돌맹이 하나하나 성품이 다르다
목장승의 허우대도 모두가 다르다
다르지만 우린 함께 서있어야 할 운명들
그 운명들이 모여서 귀한 풍경이 되어주고 있지...
언젠가 내운명을 수호해준 그사람을 위해
나도 비문하나 쓰고 싶습니다.
구중궁궐같은 푸른 물속에
기념비하나 세우고 싶습니다.
석양은 가끔
벽에 기대어 지고 싶나보다
오늘은 돌담에 기대어 지는 석양앞에서
혹시 올지도 모를 그사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기 그림자 같은 사람
저사람은 아니고
석양은 지고
심장의 물레가 풀어낼 실타레 같은 운명
아, 언제쯤....
까치는 아침에만 울까
해는 넘어가는데 우는 까치가 없다.
다시 아침을 기다려야 하나
여기서 기다린다고 말해주라고 했는데
다시 전해주라고 해야겠다.
다른 곳이 어디가 될줄은 모르지만 ...
기막힌 운명은 저 궁궐속에만 존재하는 것
가자, 이제 그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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