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음악이야기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kyeong~ 2009. 3. 4. 14:26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비올라 다 감바와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 BWV1027~1029

자장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언젠가 내가 너를 잃어버릴 때
너는 잠들수 있을까?
마치 보리수 화환 모양으로
내가 네 위에 속삭여주지 않는다 해도,

내 여기 곁에 깨어 앉아
마치 눈꺼풀처럼, 네 가슴 위에
네 손발 위에 그리고 네 입술 위에
이야기를 내리지 않는다 해도,

너의 두 눈을 감겨주고
멜리사와 별 모양의 아니스가 우거진
정원처럼 너를 너의 것만으로
놓아두지 않는다 해도,

이것은 릴케의 시 '자장가(Schlaflied)'이다. 정말로 우리의 인생에는
그런 시절이 있다. 그 때는 열정에 들떠 모든 것을 사랑하고 또 소유하고
싶어하며, 심지어는 타인의 마음까지 지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또 참다운 삶의 모습도 아니다. 모든 것은 일순간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며, 인생은 이별인 것이다. 존재는 자기 자신의 의미조차
규정하지 못한 채 무의 심연으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열정적으로 한 순간에
집착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치 우리가 젊은 시절을 그 자리에 놓아두고
떠나와야 떠나와야 하듯이, 초연히 살고 스스럼없이 떠나야만하는 것이다.
폴 엘뤼아르(Paul Eluard)처럼 "그러나 나는 사랑과 절망만큼이나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야 공허한 메아리도 울리지 못한다.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는 언제나 순간을 살고 떠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열정적인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무심(
無心)함과 초연함이 있다. 저현악기를 풍부하게 노래하는가 하면, 흐름의
곳곳에서, 특히 느린 악장에서 아쉬운듯이 한순간에 머무르고 싶어한다.
유난히 한 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털고 일어서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런 악구들에서 우리는 아름다웠던 또는 슬펐던 과거는 시간
속에 묻혀버린다는,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것에 대해 기억조차 모두 무의미
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곡이 끝나듯 인생도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4개의 악장으로 된 처음 두 곡(G장조와 D장조)이 느림-빠름-느림-빠름의 구조를
갖는 교회 소나타형식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마지막 G단조는 빠름-느림-빠
름의 세 악장 구조로 된 전형적인 이탈리아 실내 소나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 곡의 소나타는 모두 6현의 비올 족을 대표하는 저현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
를 위한 것으로, 이 악기는 첼로와 같이 무릎에 끼고 연주하게되어 있으나 악기
받침이 없어 두 무릎으로 감싸 지지해야 한다. 밤념 음색은 첼로보다 훨씬 부드
럽고 섬세하며 여운이 가득한 아름다운 울림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