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나요
바람이 부는 데로 수채화 같은 비가 내리네요
산밑에는 겨우내 눈 대신 비가 오고 있었지만요
지나간 계절에 살다간 들꽃들의 자리에는
마른 꽃대가 비석처럼 앉아 비를 맞고
3월 21일, 지금껏 버들강아지 몇 송이 피어나
하얀 비 스친 꽃 머리를 꿀벌들이 어루만지고 있어요
빗줄기의 얇은 살갗들이
나비의 날개보다 곱게 벗어지는 시간
너를 만나 이곳에 있어도
바람은 빗속에 미끄러지듯 가라 앉고
붉은 우편함 뚜껑은 그대 입술보다 굳게 닫힌체
출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요
둑실마을 자작나무 비에 젖어 일어설 줄 모르는 그대여,
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어
그렇게 꼼짝없이 서 있는 것 맞지요?
梁該憬
2009.3.21. 횡성 둑실마을 자작나무 미술관에서
햇빛고운 양지에는 입을 연 잎들이 조잘거리지만
햐얀비가 내리는 숲에는
비가 내리는...
그들도 서로 기대어 내리는 곳에는
3월 21일, 아직 꽃 한송이 피우게 하지 못한 자작나무비
꽃인지는 모르지만 버들강아지 꽃머리를 쓰다듬는 꿀벌들..
꽃을 피워야 할 시간들이 종잇장처럼 벗겨나가지만..
미술관앞에는 꽃이 피지 못했어요. 하얀비 내리고 있었으면서도..
꽃이피면 그대 소식도 전해 지련만, 우편함 뚜껑은 열리지 않고..
밤새도록 창가에 자작나무 비만 지나갑니다.
창문을 열어 자작자작 오는 빗소리를 듣던 그날
난 그만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었어요
온통 내게 걸어오는 것들은 자작나무 빗소리뿐
창문 안으로 날아드는 소식은 없었어요
출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세상 모든것들이 꼼짝없이 서서 자작나무 비가 되었어요
어느날인가 언덕위에 올라가봤어요 거기에도 온통 자작나무비만 내리고..
꽃이라는 것은 비오는 숲에서 눈물이 날것 같아 피질 못한데요.
그대도 자작나무 비가 되고 싶어
그렇게 꼼짝없이 서 있는 것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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